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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빌려주고 2만원 받아가는 '댈입' 아시나요…연이자율 1000%도

중앙일보 2021.07.12 16:17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관련 글. 트위터 화면 캡처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관련 글. 트위터 화면 캡처

유명 아이돌 그룹의 팬인 고교생 A양은 지난해 한정판 굿즈(연예인 관련 파생 상품)를 산 이후 곤욕을 치렀다. 굿즈 살 돈이 부족해 SNS에서 ‘댈입(대리입금)’을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3일 뒤에 갚는 조건으로 5만원을 빌렸다. 그런데, 대리입금 업자는 수고비(이자) 2만원을 포함해 총 7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돈이 급했던 A양은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A양은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했다. 그러자 ‘지각비(연체이자)’라며 하루에 5000원씩 추가 이자를 물리겠다고 했다. “언제 갚을 거냐”며 밤낮으로 독촉하기도 했다. 10일 뒤 A양이 이 업자에게 지불한 돈은 지각비(3만5000원)와 수고비(2만원)를 포함한 10만5000원이었다.
 

"댈입합니다" 대리입금 성행 왜?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대리입금' 사례다. SNS를 통해 소액을 빌려주고 ‘수고비’와 ‘지각비’ 명목으로 고율의 이자를 받는 ‘금융거래’인 셈이다. 줄여서 ‘댈입’이라고 부른다.
주로 용돈이 부족하거나 부모님 몰래 결제하려는 청소년이 며칠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1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30만원 정도를 빌린다고 한다. 업자는 이자와 연체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챙기는데, 법정이자율(연 20%)을 초과하는 연 1000%에 달하는 이자를 받아간다.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관련 글. 트위터 화면 캡처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관련 글. 트위터 화면 캡처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모집 글. SNS 화면 캡처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모집 글. SNS 화면 캡처

대리입금 거래는 주로 SNS로 이뤄진다. 유명 아이돌 그룹 사진을 내세우거나 또래 SNS 이용자의 말투를 쓰면서 친근감과 동질감을 쌓으면서 금전 거래를 유도하는 식이다. 제때 돈을 갚지 않으면 지각비 등 연체 비용을 받는 것은 물론, 독촉과 협박 등이 이어진다.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유출하고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등 2차 가해가 벌어지기도 한다.

 

경기도, 경찰과 함께 대리입금 집중 수사

대리입금은 10대들이 용돈 마련 등을 위해 모집하는 경우가 많고, 전문적인 사채업자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경기도의 분석이다. 신분 확인을 빌미로 가족이나 친구의 연락처를 요구하거나, 신분증 사진, 직장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일부 대리입금 SNS 계정은 연락한 청소년의 연락처를 제삼자에게 전달해 대리 입금하도록 하기도 한다고 한다. “상담 후 가족이나 타인 명의로도 대리입금이 가능하다”는 광고 글을 게시한 계정도 있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경기남·북부경찰청과 함께 다음 달 11일까지 대리입금을 집중 수사하기로 했다. ▶청소년 대상 불법 고금리 대리입금 사례 ▶SNS 대리입금 광고 ▶불법 추심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행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특별수사반 12명을 편성해 SNS 모니터링에 나섰다.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관련 글. 트위터 화면 캡처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관련 글. 트위터 화면 캡처

의심 계정은 손님으로 가장해 단속하는 ‘미스터리 쇼핑’ 수사기법 등으로 자료를 분석하고 계좌거래 사실을 확보해 대리입금 업자 검거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청소년 피해자를 지원하고 관련 신고·제보 접수도 받는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 관계자는 “대리입금과 같은 고금리 대출 갈취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피해를 본 청소년은 주저하지 말고 신고해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돈 빌리고 연락 두절하는 ‘먹튀’도 이어져 

대리입금이 성행하면서 ‘먹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돈을 입금받은 뒤 연락을 두절하는 방식이다. 주로 용돈 벌이를 위해 대리입금으로 돈을 빌려준 청소년들이 피해를 본다고 한다. “대리입금을 했으니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관련 글. 트위터 화면 캡처

SNS에 올라온 대리입금 관련 글. 트위터 화면 캡처

그러나 상당수 피해자는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 금액이 적고 대리입금 영업 사실이 알려지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상습적으로 대리입금 먹튀를 한 이들의 실명과 신상 등을 SNS에 올렸다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역고소 당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대리입금으로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두절한 경우는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피해를 봤다면 경찰에 꼭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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