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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아이티, '대통령 암살' 주모자로 美거주 의사 체포

중앙일보 2021.07.12 16:06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이 11일(현지시간)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피살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이 11일(현지시간)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피살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발생한 아이티 현직 대통령 암살 사건의 주모자로 미국 기반의 아이티 태생 의사 크리스티안 에마뉴엘 사농(63)이 체포됐다고 아이티 경찰이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농은 모이즈 대통령을 축출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했다고 한다.  

"내가 대통령 돼야" 주장해온 60대
8년 전 '파산 신청'해 자금줄 의문
대통령 유고에 총리 등 4명 후계 다툼

 
미 플로리다주 지역매체인 마이애미헤럴드에 따르면 이날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서장은 “사농이 지난 6월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개인 비행기를 이용해 아이티로 입국했다”며 “모이즈 대통령 암살에 연루된 두 사람과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또 “사농과 이들이 대통령 암살의 지적 설계자”라고도 했다. 
 
앞서 경찰은 조브렐 모이즈 대통령의 사저에 침입해 총격을 가한 혐의로 콜롬비아 국적의 용병 26명과 아이티계 미국인 2명을 특정했다. 이 가운데 4명은 경찰 작전 중 사살됐고, 최소 21명이 구금 돼 있는 상태라고 매체는 전했다.
 
마이애미헤럴드는 이어 아이티계 미국인 조셉 빈센트(55)와 제임스 솔라주(35)가 아이티 경찰에 “당초 임무는 대통령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2019년 발부된 모이즈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 대통령궁으로 데려가려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통령궁에 미리 도착한 사농을 대통령으로 만들려 했다”면서다. 또 자신들은 통역만 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납치 계획이 왜 암살 계획으로 바뀌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모이즈 대통령은 7일 새벽 1시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에게 12발의 총상을 입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을 암살하는 작전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 지난 8일(현지시간) 체포된 용의자들. [AP=연합뉴스]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을 암살하는 작전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 지난 8일(현지시간) 체포된 용의자들. [AP=연합뉴스]

대통령 암살의 ‘키맨’으로 체포된 사농은 20년 간 미 플로리다 지역에서 활동해왔다고 한다. 플로리다주에 의사 면허가 등록돼 있진 않았지만, 자신을 알리는 유튜브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도미니카에서 의학을 공부했다고 주장했다. 미 법원 기록상 아이티와 도미니카에서 활동 중인 의사라고 돼 있었다. 아이티 경찰에 따르면 사농은 아이티 현지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의사였다고 한다.
 
경찰은 사농이 플로리다 소재 베네수엘라 보안업체인 CTU를 통해 콜롬비아 용병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사농의 아이티 주거지에선 미국 마약단속국(DEA) 모자와 차량 2대, 권총집 6개, 탄약 상자 20개,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발급받은 차량 번호판 4개가 발견됐다. 앞서 모이즈 대통령 사저에 침입한 범인들이 현장에서 “DEA 작전입니다. 물러나세요”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목격됐다 
 
사농은 10여년 전부터 유튜브 등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2011년 공개된 유튜브에서 그는 “현 아이티 지도자들은 국가 자원의 약탈자”라며 “그들은 현실을 못 보고 있다. 아이티에는 새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마이애미헤럴드는 다만 “그가 용병 고용을 위한 자금을 어떻게 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농은 플로리다 지역에서 의료서비스ㆍ부동산 등 12곳 이상의 사업체를 등록했지만 현재는 모두 휴업 상태다. 또 2013년 템파베이 연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고, 브랜든 소재의 집은 압류당한 것으로 나온다. 부채도 40만 달러나 된다.
 
그런데 대통령 암살로 체포된 이들 중 일부는 지난 1월 아이티에 입국해 월 3000달러를 제공받아왔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물주 배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갑작스러운 대통령 유고 사태로 인해 아이티에서 적어도 4명이 자신이 “현 상황의 책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 총리 권한대행 조세프 클로드는 물론 모이즈 대통령이 사망하기 이틀 전 총리로 지명한 신경외과의 출신의 아리엘 헨리, 상원의원들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선출한 조세프 램버트 등이 있다. 여기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최대 갱단 지도자인 지미 체리지에까지 추종자들을 거리로 소집해 “외국용병들이 자행한 비겁한 암살에 정의가 필요하다”고 나섰다. 
 
아이티의 요청에 따라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도 11일 현지에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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