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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기 싫어"…비트코인 부자, 美시민권 버리고 국적 세탁

중앙일보 2021.07.12 12:39
플랜B 패스포트(Plan B Passports) 설립자인 러시아계 미국 이민자 케이티 애나니나.[CNBC 캡처]

플랜B 패스포트(Plan B Passports) 설립자인 러시아계 미국 이민자 케이티 애나니나.[CNBC 캡처]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투자자들이 국적 세탁에 나서고 있다. 수익의 상당액을 세금으로 내지 않기 위해서다. 법인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로 본사를 이전해 과세를 피하려는 다국적 기업처럼, 조세피난처의 시민권을 얻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자산에 대한 엄격한 과세 방침을 밝히며 국적 세탁에 나서는 미국인도 늘고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비트코인 자산가들 사이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의 시민권 이전을 도와주는 전문 대행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플랜B 패스포트(Plan B Passports)’다. 3년 전부터 비트코인 투자자를 주 고객으로 해 조세피난처 국가에서 합법적인 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플랜B 패스포트(여권)'라는 이름처럼 원래 살던 국가의 여권을 대체할 조세피난처 여권을 통해 해외 이동에도 문제가 없도록 한다.
 
다국적 기업이 본사를 이전하듯 개인은 국적을 조세피난처로 바꿔 자신이 가진 자산에 대한 세율을 크게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주권 이전 작업이 필요하다. 플랜B 패스포트가 이주를 안내하는 국가는 총 7곳이다. 카리브해에 있는 세인트키츠네비스, 도미니카 공화국, 그레나다, 세인트루시아, 앤티가바부다와 남태평양의 바누아투다.
 
플랜B 패스포트(Plan B Passports)가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카리브해 국가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 및 시민권 제공 프로그램 모습.[홈페이지 캡처]

플랜B 패스포트(Plan B Passports)가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카리브해 국가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 및 시민권 제공 프로그램 모습.[홈페이지 캡처]

 
시민권 이전 대행업체는 조세피난처 국가의 투자시민권 부서와 일하며 고객들의 수수료 지불과 서류 작성 등을 도와준다. 절차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시민권을 얻는 데 대부분 13만 달러~18만 달러면 가능하다. 해당 국가에 투자·기부 금액으로 10만 달러 이상을 내고 약간의 수수료와 법률 비용을 더한 금액이다.
 
자산가의 조세피난처 시민권 취득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로넌 팰런 런던시립대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코인데스크에 “최상위층 부자들 사이에서 (시민권 취득을 통한) 조세 회피 전략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을 ‘PNT(Permanently Not There, 영구 거주지를 바꾼 사람들)’라는 공식 용어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로 거액을 번 자산가들이 PNT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플랜B 패스포트를 설립한 케이티 애나니나는 "플랜B 패스포트는 기존 투자 이민 관련 회사와 달리 암호화폐 투자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며 "마케팅은 트위터로만 하는 데도 3주 후 상담 전화 예약까지 잡혀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플랜B 패스포트(Plan B Passports) 설립자인 러시아계 미국 이민자 케이티 애나니나.[CNBC 캡처]

플랜B 패스포트(Plan B Passports) 설립자인 러시아계 미국 이민자 케이티 애나니나.[CNBC 캡처]

 
국적별로 보면 플랜B 패스포트의 가장 큰 고객은 미국인이다. 애나니나는 “많은 미국인 고객들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거나 포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의 시민권 포기에 불을 당긴 건 미국 국세청(IRS)이다. IRS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취급한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유사한 방식으로 과세한다는 의미다. IRS 출신인 미 법률회사 베이커보츠의 존 펠드해머는 “비트코인을 팔거나 다른 화폐로 바꿀 때 모두 과세 대상”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방침에 불만을 가진 자산가들이 기꺼이 미국 국적을 버리고 조세 회피처의 시민권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플랜B 패스포트의 한 미국인 고객은 CNBC에 “18만 달러의 시민권 획득 비용은 순 자산의 1%에 불과하지만, 암호화폐를 보유로 미국 정부에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수백만 달러”라며 “세인트키츠 시민권을 얻고 미국 여권을 버리는 걸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하지만 조세회피 움직임이 앞으로도 자유로울지는 미지수다. 지난 5월 미 재무부는 1만 달러 넘는 암호화폐 거래의 경우 IRS 신고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펠드해머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해외에 자산을 숨긴 미국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IRS는 법률 개정 및 외교적 압력 등을 통해 조세 회피를 차단해 왔다”며 ″미국 정부는 암호 화폐에 대해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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