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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민주화' 어떻길래…메타버스 밀려났다, K게임 위기

중앙일보 2021.07.12 05:00
그래픽=정다운 인턴

그래픽=정다운 인턴

요즘 게임 산업에서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도 그동안은 ‘게임 같지 않은 게임’으로 취급하던UCC(User-Created Contents · 사용자 창작 콘텐트) 계열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누가, 이제와서 왜 그러나 살펴보니.

 

#1.넥·넷·스가 움직인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까지 담보하지 않는다는 건 비즈니스의 상식. 게임도 변할 때가 온 걸까. 20년가량 성공 방정식으로 통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BM)’ 유효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확률형 아이템 BM의 공정성, MMORPG 확장성 모두 의심받고 있다. 넥슨·엔씨소프트 주가가 연초 고점 대비 각각 20~30% 이상 빠진 것도 그런 영향. 게임에 ‘플랫폼’을 결합시켜 활로를 찾으려 한다는데.
 
· 넥슨 : 신규개발사업본부는 지난 3월부터 ‘프로젝트 MOD’ 인력을 대규모 채용 중이다.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이를 플랫폼에 모아 서비스할 팀을 꾸리는 것.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 총괄 부사장은 “창작자와 소비자 간 장벽을 허물어, 누구나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 넷마블 : 개발 자회사 넷마블 F&C는 최근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기획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메타휴먼’,‘메타월드’에 대한 상표등록도 했다.
· 스마일게이트 : 샌드박스 장르(사용자 자유도가 높은 유형) 개발자를 수시로 뽑겠다는 공고를 지난달 냈다. 우대 요건으로 ‘로블록스 게임 제작경험’을 걸었다.  
 
네이버ㆍ카카오와 넥슨ㆍ엔씨소프트 주가 비교. 그래픽=한건희 인턴

네이버ㆍ카카오와 넥슨ㆍ엔씨소프트 주가 비교. 그래픽=한건희 인턴

#2.플랫폼 게임의 마법

게임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3단계로 진화했다. 수년간 개발한 제품을 소매점에서 한번 팔고 나면 끝나는 패키지 게임이 1단계. ‘수시 업데이트’와 ‘부분 유료화’(게임은 무료, 아이템은 유료)를 활용해 게임의 수익 규모와 유효기간을 늘린 ‘라이브 게임’이 2단계다. 절벽처럼 수직 하락하던 매출 그래프를 긴 꼬리를 남기는 ‘우햐향’ 형태로 바꾸는데 성공. 3단계는 플랫폼. 도대체 뭐가 다르길래?
 
① 매출·이용자 수 J커브
라이브게임, ‘생명연장’은 가능해도 젊음은 유지시키지 못한다. 4년간 구글 플레이 매출 1위 자리를 유지한 리니지 시리즈도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순위가 밀렸다. 반면 플랫폼 게임, 시작은 미미하지만 J커브를 그릴 수 있다. 로블록스가 대표적. 2006년 출시된 로블록스는 모바일, 콘솔버전을 내놓으며 상승세. 2018년 1200만명이었던 이용자는 지난 1분기 4210만명을 찍었다. 매출도 3638억원에서 지난해 1조 349억원으로 급증했다. 플랫폼, 어쩌면 우햐항 매출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대체할 필살기가 될 수도.
 
② 시간 쫓기는 ‘크런치 모드’ 끝
게임은 수십, 수백명의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가 협업한 결과물. 어느 하나 삐걱하는 순간 ‘시간순삭’이다. 게임을 플랫폼화하면 개발을 이용자에게 맡기니, 개발시간 문제도 해결된다. 로블록스형 플랫폼 게임 ‘디토랜드’를 개발 중인 유티플러스 유태연 대표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개발하면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3.글로벌 대세, 게임의 ‘빅블러’

닌텐도는 최근 이용자들이 게임을 만들어 공유하는 '차근차근 게임코딩'을 출시했다. [사진 닌텐도]

닌텐도는 최근 이용자들이 게임을 만들어 공유하는 '차근차근 게임코딩'을 출시했다. [사진 닌텐도]

 
게임과 플랫폼의 결합 노력, 해외에선 ‘게임의 민주화’(democratizing gaming)란 이름으로 진행 중이다. 다수 이용자가 게임 시장권력의 주인이며, 자신을 위해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시대라는 뜻. 현재로선 플랫폼 방식이 게임시장 저변을 넓히는 데 가장 매력적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① 게임, 누구나 한다
글로벌 게임업계의 큰손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 최신형 엑스박스 엑스(X)를 출시해놓고서, PC나 스마트폰에서도 콘솔게임을 할 수 있는 유료구독 상품 ‘게임 패스’를 내놨다. 엑스박스가 없어도 엑스박스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전략. 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MS는 게임에 올인(all-in)한다”며 “우리는 게임을 민주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② 게임, 아무나 만든다
게임엔진(제작 도구) 유니티는 2004년부터 ‘개발의 민주화’를 노렸다. 유니티 엔진은 거대 개발팀 아닌, 스타트업이라도 복잡한 3차원(D) 콘텐트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툴. 전 세계 신규 출시 게임 50% 이상이 유니티 엔진 기반이다. 닌텐도는 지난 달 ‘차근차근 게임코딩’을 출시하기도. 이용자가 게임 직접 게임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와 유사한 모델.
 

#4. 결국 “게임은 거들뿐”

글로벌 메타버스 고용 및 시장 규모. 그래픽=한건희 인턴

글로벌 메타버스 고용 및 시장 규모. 그래픽=한건희 인턴

 
플랫폼형 게임, 게임의 민주화는 모두 메타버스로 통한다. ‘오프라인 생활’이 메타버스로 이주하는 흐름은 이미 대세. 미국 에픽게임즈의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선 트래비스 스콧 등 유명 가수 콘서트가 열렸고, BTS의 뮤직비디오(다이너마이트) 첫 공개도 이뤄졌다. 2014년 VR 기기 제작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지난해 VR·AR에 특화된 ‘리얼리티 랩’을 설립하며 메타버스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2억명이 이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게임 기능 확대를 준비하기도.
 
원조 가상세계 설계자이지만 졸지에 추격자가 된 한국 게임사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고 싶어하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게임인류』 저자인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재미를 위해 노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생활 공간인 메타버스에 재미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메타버스에 게임이 편입되고 게임이 메타버스로 확장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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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7월 6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메타버스 승차권, 어느 게임사가 샀다고?'의 요약본입니다. 뉴스레터 전문을 읽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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