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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중국이 국제질서 수호자 되겠다는데

중앙일보 2021.07.12 00:24 종합 28면 지면보기
미·중 경쟁은 단순히 미·중 다툼에 그치지 않는다. 진영 싸움의 성격을 갖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일찍이 동맹과 힘을 합치겠다고 하지 않았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위해 지난달 세 차례 주요 정상회의를 가졌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상회담, EU(유럽연합) 지도자들과의 정상회담 등이 그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동맹 중심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동반자 관계 국가 중심으로 세(勢)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동맹 중심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동반자 관계 국가 중심으로 세(勢)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뒤질 수 없다. 급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뻗어주는 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지난달 28일 화상회담을 갖고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 연장에 합의했다. 또 5일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및 메르켈 독일 총리와도 화상회담을 열고 유럽 국가와의 협력을 약속했다.

중국 괴롭히면 머리 터져 피 날 거라 경고한 시진핑
중국이 세계 평화의 건설자 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세계 주요 17개국 반중 정서는 70% 가까이 육박해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 행사. [연합뉴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 행사. [연합뉴스]

유엔에서도 미·중 힘겨루기는 한창이다. 홍콩과 신장, 티베트에서 중국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캐나다 주장에 40여 국가가 지지를 표했다. 그러자 중국은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 중심으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90여 국가를 모았다. 이는 1971년 중국이 대만을 밀어내고 유엔에 가입할 때 중국을 지지한 76개 국가 수를 넘어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중공 창당 100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터져 피가 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중공 창당 100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터져 피가 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바야흐로 미·중 간 세 대결이 한창이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으로 단결하고 있다면 중국은 동반자 관계 국가를 동원한다. 중국이 이런저런 이름으로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지구촌에 108개에 이른다. 눈여겨볼 건 중국의 입장이 수세적이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공세적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의 시진핑 연설이 대표적이다.
중공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천안문 성루에 오른 중국 지도부. 왼쪽부터 왕치산 국가부주석, 자오러지 중앙기율위 서기, 왕양 정협 주석, 리커창 총리, 시진핑 국가주석,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 한정 상무 부총리. [중국 신화망 캡처]

중공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천안문 성루에 오른 중국 지도부. 왼쪽부터 왕치산 국가부주석, 자오러지 중앙기율위 서기, 왕양 정협 주석, 리커창 총리, 시진핑 국가주석,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 한정 상무 부총리.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을 괴롭히는 외세는 머리가 터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시진핑은“ 중국이 세계 평화의 건설자, 지구촌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를 이끌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시 주석은 또 6일엔 세계 160개 국가의 1만여 정당 대표를 영상으로 연결해 세계 정당 지도자 회의를 열고선 중국이 평화, 발전, 공평, 정의, 민주, 자유라는 인류의 공동 가치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기개는 좋다. 한데 듣는 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일까.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6월 30일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세계 주요 17개 국가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 일본 응답자의 88%가 중국이 싫다고 답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캡처]

6월 30일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세계 주요 17개 국가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 일본 응답자의 88%가 중국이 싫다고 답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캡처]

선진 17개 국가의 1만 8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70% 가까이가 중국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가장 반감을 드러낸 국가는 일본으로 88%가 중국이 싫다고 답했다. 이어 스웨덴(80%), 호주(78%), 한국(77%), 미국(76%)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2015년엔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37%였으나 6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일 세계 160개 국가의 1만여 정당인을 화상으로 연결한 뒤 중국이 평화와 발전, 자유, 민주 등 인류의 가치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일 세계 160개 국가의 1만여 정당인을 화상으로 연결한 뒤 중국이 평화와 발전, 자유, 민주 등 인류의 가치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주석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더 강했다. 17개 국가 중 14개 국가에서 중국보다 시 주석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빴다. 일본과 스웨덴이 86%로 공동 1위였고, 한국 응답자의 84%가 시 주석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아 3위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속 좁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 보복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중국이 김치와 한복 종주국 주장을 펼친 것도 한몫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세계 주요 17개 국가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 중국보다 미국과 경제적으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의 경우 2015년 39%에서 올해는 75%로 껑충 뛰었다. [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캡처]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세계 주요 17개 국가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 중국보다 미국과 경제적으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의 경우 2015년 39%에서 올해는 75%로 껑충 뛰었다. [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중국 중 경제적으로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하나라는 조사에서도 한국 응답자의 75%가 미국을 꼽았다. 중국을 선택한 이는 17%에 불과했다. 2015년의 똑같은 조사에선 47%가 중국을 먼저 꼽아 39%의 미국을 눌렀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달 중순 한 국내 언론의 주변국 호감도 조사에서 한국의 ‘2030 세대’가 중국을 일본보다 더 싫어하는 것으로 드러난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20대의 주변국 호감도는 미국(56.1도), 일본(30.8도), 북한(25.3도), 중국(17.1도) 순으로, 30대는 미국(55.6도), 북한(25.3도), 일본(23.9도), 중국(20.3도) 순이었다.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가 폐간되기 전 ‘마지막 신문’을 사려는 시민들이 지난달 24일 시내 가판대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가 폐간되기 전 ‘마지막 신문’을 사려는 시민들이 지난달 24일 시내 가판대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한다. 세계의 리더가 되려고 한다면 각 국가의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이 국제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한다. 한데 퓨리서치센터 조사가 보여주는 결과는 시 주석의 야심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다. 중국은 “우리의 친구는 더 단단해지고 더 많아진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14억 인구의 대국 중국이 세계에서 갈수록 더 고립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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