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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허상이 빚어낸 신한울 1호기의 지각 허가

중앙일보 2021.07.12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경상북도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 운영을 최종 허가했다.   원안위는 이날 오후 제142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1호기 운영 허가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시공을 마친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발전용량은 1천400MW급이며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경상북도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 운영을 최종 허가했다. 원안위는 이날 오후 제142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1호기 운영 허가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시공을 마친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발전용량은 1천400MW급이며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연합뉴스]

신한울 원전 1호기가 어렵사리 조건부 운영허가를 받았다. 발전소 운영허가 신청 6년7개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허가 운영 심의 8개월 만이다. 원안위는 지난 9일 제142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8시간이 넘는 마라톤 논쟁 끝에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1호기 운영 허가안’을 의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앞으로 단계별 출력을 높이면서 약 8개월간 시운전 시험을 거쳐 이르면 내년 3월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4개 조건 안 갖춰지면 운영허가 취소
허가 지연에 올여름 전력 예비율 비상

문제는 이번 결정이 조건부 허가라는 점이다. 원안위는 운영허가를 위한 네 가지 조건을 부가했다. 첫째는 신한울 원전 1호기에 설치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에 대한 추가 실험과 보고서 제출 요구다. PAR은 원자로 격납 건물 내부의 수소 농도를 낮춰 원전 폭발을 막아주는 장치다. 원안위는 또 항공기 재해도 저감을 위한 비행 횟수 제한 등에 대해 관련 기관과 협의, 항공기 충돌에 대한 대비 등도 요구했다. 이 같은 부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운영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한다. 위 조건은 그동안 탈(脫)원전을 주장해 온 환경시민단체들이 신한울 1호기 가동을 반대하면서 내세운 주요 이슈들이며, 기존에 가동 중인 24개 원전 중 안전도 등의 면에서 앞선 최신 원전에 요구하는 조건들이다.
 
원안위의 이번 결정이 지난달 23일 김부겸 국무총리 발언 이후 내려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총리는 당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미 완성 단계에 있는 원전을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묵히는 문제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장에게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순연에 따른 하루 사업비 증가금액은 약 11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당장 올여름 전력 수급 상황이 걱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여름 전력 예비율은 최저 4.2%로, 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올여름은 지난해와 달리 무더위가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12일부터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들어간다. 초·중·고교가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서는 등의 이유로 어느 때보다 각 가정의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가 지연되지 않았더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문제가 있음은 여당 내 대선주자들의 주장뿐 아니라 정부 부처 간 이견 속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지원 등의 영향으로 한전의 누적 부채는 132조원에 이르렀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의 현실적 대안이 원전이란 점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당장 전력 수급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걱정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유권자들의 고통이다. 탈원전이 대안 없는 허상의 명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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