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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소수의견 많이 낸 대법 ‘독수리 5형제’ 대장

중앙일보 2021.07.12 00:02 종합 18면 지면보기
이홍훈

이홍훈

이홍훈(사진) 전 대법관이 11일 별세했다. 75세. 이 전 대법관은 참여정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에서 진보적 소수의견을 많이 내며 ‘법조 내 재야인사’라고 불릴 만큼 개혁적 성향으로 평가받았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이 전 대법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4기로 77년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판사로 임관한 후 35년간 판사로 근무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제주지방법원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거쳐 2006년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이홍훈 전 대법관
파업 무죄, 4대강 중단 등 대표적

이 전 대법관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과 사법 정의에 중점을 두고 판단해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는 평가다. 그는 대법관 재직 시절 진보적 소수의견을 많이 낸 전수안·김지형·김영란·박시환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그는 대법관 시절 근로자들의 파업을 무조건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단순 파업도 당연히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여겼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판결이었다. 무급휴직원을 내고 출산을 했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출산휴가 2개월간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근로자의 기본권을 보호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4대강 사업 집행정지 신청’ 전원합의체 사건에서는 주심을 맡아 “환경문제가 포함된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미래의 세대인 우리 자손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될 환경이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4대강 사업 중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판사 시절에도 여러 진보적 판결을 내렸다. 일례로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의 처벌과 관련한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1년 퇴임 후에는 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이사장 등을 맡았다. 2018년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초대위원장을 맡았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3일 오전 8시. 장지는 전북 고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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