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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얼굴도 퇴짜 맞았다…대박 터진 '로지' 탄생 뒷얘기 [영상]

중앙일보 2021.07.07 18:06
"사람이 아니었어?"
 
7일 보험사 신한라이프가 광고 모델 로지(22)가 가상 인간이라고 밝힌 뒤 첫 반응은 이런 반문이다. 광고 속에서 숲속과 도심, 지하철 등을 오가며 춤을 추는 로지는 실제 인간이 아닌 가상 인간, 그중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신한라이프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이 합병해 지난 1일 출범했다.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연해 춤실력을 뽐내고 있는 가상 인간 ‘로지(ROZY)’. 출처 유튜브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연해 춤실력을 뽐내고 있는 가상 인간 ‘로지(ROZY)’. 출처 유튜브

로지는 지난해 8월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가상 인간이다. 세계여행과 요가, 러닝, 패션, 에코라이프에 관심이 있는 22살 여성으로 설정됐다.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이라는 구체적인 성격까지 부여됐다. "자연을 경외하고 탐험을 즐기며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한 20대"로 자신을 소개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일반인처럼 활동하다 지난해 12월에야 가상 인간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가상 인간임을 밝히기 전에는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2만6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의 프로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의 프로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로지의 얼굴은 MZ세대(밀레니얼 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으로 만들어졌다. MZ세대가 선호할 만한 여러 연예인 등의 얼굴을 놓고 논의를 하다 “흔하지 않은 얼굴이 좋겠다”고 해 현재의 얼굴이 만들어졌다. 

 
단순히 외모뿐만 아니라 MZ세대가 선망할 수 있는 모습 등을 담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로지의 경우 인스타그램에 해외여행 사진이나 쇼핑 사진 등 일상 사진을 주로 올리는 이유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으로 설정돼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등에도 참여하는 등 사회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진수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이사는 “자연스러운 표정 등 기술은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이면 누구나 비슷하게 실현할 수 있다”며 “가상 인플루언서가 어떤 세계관을 만들어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가 올린 제로웨이스트 관련 포스트. 로지 인스타그램.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가 올린 제로웨이스트 관련 포스트. 로지 인스타그램.

 
 
보험업계에서 가상 인물을 광고모델로 등장시킨 건 파격이다. 신뢰가 중요한 금융회사 중에서도 특히 오랜 기간 고객과의 믿음을 유지해야 하는 보험업의 특성 때문이다. 방송인 유재석씨 등 인지도가 높은 이가 광고에 주로 등장한 이유다. 
 
하지만 신한라이프는 발상의 전환을 택했다. 종신보험 등이 주요 상품 중 하나인 생명보험은 MZ세대와 접점이 가장 적은 금융업종 중 하나지만 생명보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MZ세대에 어필하기 위해 가상 인물인 로지를 모델로 내세운 것이다. 
 
신한라이프 송정호 브랜드팀장은 “젊고 활기차고 세련된 이미지를 위해 가상의 광고 모델을 쓰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며 “여러 가상 인물 모델 중에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을 담고 있는 로지를 광고모델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사진 릴 미켈라?IMMA 인스타그램]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사진 릴 미켈라?IMMA 인스타그램]

로지와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마케팅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비지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들이 인플루언서에게 쓰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 달러(9조1000억)에서 22년 150억달러(약 17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늘어난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2016년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인 릴 미켈라(Lil Miquela)의 경우 한 해 수익만 1170만 달러(133억 원)에 달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19세 여성으로 설정돼 모델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최초 버츄얼 슈퍼모델로 설정된 슈두(shudu)는 발망과 티파티, 디올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이마(imma)는 이케아 히라주쿠점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국내에서도 LG전자의 래아 등이 대표적인 가상 인플루언서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실제 광고 모델처럼 나이를 먹지 않아 활동기간이 긴데다, 사생활 이슈 등에서 안전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시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전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셈이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메타버스에서 접목이 쉬운 가상 인플루언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모델의 인지도만 높아진다면 사생활 이슈에서 자유로워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는 데다, 상담원 등 기업이 원하는 다양한 역할을 맡게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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