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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놔달라”던 박영수 특검, ‘포르쉐 의혹’에 불명예 퇴진

중앙일보 2021.07.07 17:52
국정농단 특검팀을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공식 사의를 표명했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43·구속수감)씨로부터 대당 1억원이 넘는 ‘포르쉐 파나메라4’ 승용차를 빌려 탔다는 의혹 때문이다. 특검팀 출범 후 4년 7개월 만이다. 
 
박 특검은 직전까지 국정농단 재판이 길어지며 임기가 기약 없이 연장된 데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간 ‘정당한 사유 없이 퇴직할 수 없다’는 엄격한 특검법 탓에 사표 수리도 어려웠다. 하지만 특검 본인이 가짜 수산업자 의혹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셈이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외제차 포르쉐 렌트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특검이 지난 2017년 3월 6일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하는 모습. 뉴스1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외제차 포르쉐 렌트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특검이 지난 2017년 3월 6일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하는 모습. 뉴스1

 

박 특검, “더 이상 특검 직무 수행 어려워”

 
박 특검은 이날 ‘사직의 변’을 통해 “더 이상 특별검사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오늘(7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으로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논란이 된 인물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모 부장검사에게 소개해준 부분 등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사실과 다른 보도내용에 대해서는 차후 해명하도록 하겠다”라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특별검사로서 그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퇴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특검팀은 지난 2016년 12월 21일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정식 이름이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민·관인사 및 이권개입 사건 등을 수사했다. 박 특검이 맡았던 대다수 사건은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2건(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직권남용 사건,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사건)의 공소 유지를 위해 특검팀은 업무를 종료할 수 없었다. “특별검사 등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거나 판결이 확정되어 보고서를 제출한 때에 당연히 퇴직한다”고 한 국정농단 특검법 규정 때문이었다. 
 
또 같은 법은 “특별검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퇴직할 수 없으며, 퇴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서면에 의하여야 한다”고 했다. 박 특검이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보다 길게 국정농단 특검팀에 묶여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정‧관계 및 언론계 인사 등이 두루 연루된 가짜 수산업자 김씨 의혹에 박 특검이 연루되면서 퇴직의 ‘정당한 사유’가 발생하게 됐다.
박영수 특검에게 수십억원대 포르쉐 차량을 빌려 줬다고 하는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송동리에 있는 렌터카 회사 마당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박영수 특검에게 수십억원대 포르쉐 차량을 빌려 줬다고 하는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송동리에 있는 렌터카 회사 마당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야당, “도의적 책임 운운…법적 책임 가려져야”

 
박 특검이 지난해 12월 김 씨로부터 ‘포르쉐 파나메라4’ 렌터카를 제공받은 의혹은 지난 5일 불거졌다. 이에 박 특검은 다음 날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렌트비 지급 시점이 렌터카를 받은 지 3개월 후라는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그러자 박 특검은 이튿날인 7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특검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법적 책임’을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 공직자나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소위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회 100만원(연 300만원) 이하 금품을 받은 경우에 형사처벌은 피하더라도 3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특검법은 ‘특별검사 등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는 의제 규정을 두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닌 특검 신분으로 차량 제공을 받은 만큼 청탁금지법이 적용될 수 있다”며 “다만 차량 제공 당시 렌트비를 지급할 의사를 보였다면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수사당국에 박 특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박 특검은 ‘도의적 책임’을 운운했지만, 고가의 수입 차량을 제공받은 것이 드러났다”며 “차제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법적 책임 여부도 분명히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017년 서울 대치동 특검 브리핑룸에서 그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017년 서울 대치동 특검 브리핑룸에서 그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국정농단 특검팀에 남아있던 양재식‧이용복 특검보도 이날 박 특검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특검없이 특검보가 재판 등 소송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박 특검은 설명했다.
 
특검법에 따라 대통령은 즉각 후임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그간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박 특검의 사의가 남은 재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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