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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더 모닝'] 부동산 정책 폭망으로 기억될 정부

중앙일보 2021.07.07 08:34
지난달 3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의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솔직히 부동산 빼고는 다른 건 성공적으로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지난달 3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의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솔직히 부동산 빼고는 다른 건 성공적으로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안녕하세요? 오늘은 역사에 길이 남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희 정부가 정책에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제일 큰 게 부동산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2006년 12월 27일 부산 방문 행사에서.

 

“참여정부는 여러 차례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투입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부동산 정책에서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다.”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이렇게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책임은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우선 종부세는 국회가 제대로 도와주지 않고 심의를 지연시켰다. 과세 기준과 과세 대상을 자꾸만 낮추고 줄이려고 했다.” “당시 언론보도는 부동산 뉴스밖에 없었다. 아파트 분양 사무소 앞에 밤새 장사진을 쳤다. (중략)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않았다.” 『운명이다』에 있는 회고입니다. 2007년 6월 한겨레 인터뷰에서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면 한 방에 다 잡았을 것이다. 당정 협의하는 동안에 깎이고 국회에 가면 한나라당이 있어 또 깎인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전가한 곳은 여당, 야당, 언론입니다. 여당이 협조하지 않아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고, 야당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았고, 언론이 투기 심리를 자극했다는 겁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에 서울 아파트값이 83% 올랐습니다. 이 단체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93% 인상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이미 노무현 정부 인상 폭을 뛰어넘었습니다. 비율이 아니라 가격으로 따지면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는 더 처참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때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고, 현 정부에서는 전국적 상승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후반기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어디에 돌릴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은 여당과의 갈등 상황에 놓인 적이 없습니다. 청와대나 정부의 방침에 여당이 반기를 든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야당이 반대해서 못한 일이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을 때는 범여권 정당들이 합심해 청와대가 원하는 법을 만들어줬습니다. 지금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다 법이 됩니다. 언론의 지형도 달라졌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보수 언론 탓을 했는데 미디어의 다변화로 보수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게 줄었습니다. 주요 방송은 전적으로 정부 편입니다. 언론이 투기를 조장했다고 싸잡아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국민을 부화뇌동하는 존재로 여기는 게 됩니다.  
 
아무리 봐도 탓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전 정권에 책임에 있다고 주장하거나 시민을 투기꾼으로 몰기도 하는데 맹목적 정부 지지자 말고는 이를 수긍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남은 10개월 동안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만) 문재인 정부 5년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대다수 국민이 고통을 겪은 때'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 같습니다. 이 실패를 상쇄할 다른 훌륭한 업적이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수십 년 뒤에 코로나19와 부동산 정책 폭망의 암흑기로만 이 시절이 기억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역사적 평가는 대체로 냉정합니다.        
 
ps. 문재인 대통령의 회고록 『운명』에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어떻게 쓰여 있는지를 살펴 봤습니다. 노 전 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와 짝을 이루는 이 책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운명』에 단 한 차례도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청와대에 있었습니다. ‘아파트’라는 단어는 8회 등장하는데 정책과는 무관한, 개인사와 관련된 일에 언급됩니다. 노무현 정부 때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검찰'이라는 단어는 192회 나옵니다.  
 
폭증한 전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직업 군인들이 관사로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갈 곳이 있으니 좋겠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리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사가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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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빠, 또 낡은 관사 가야 돼?" 전세값 폭등에 군인들이 운다
 #. 올해 초 경기도 화성시의 한 부대에 근무하는 A 대위는 이사 문제로 고민이 깊어졌다.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하는 바람에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를 알아보면서다.  
 
2년 전 A 대위가 부대에서 멀지 않은 29평형(전용 74㎡)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갈 때만 해도 큰 부담이 없었다. 당시 전세가는 2억2000만원. 주거가 불안정한 군인들을 위한 정부의 무이자 대부 제도(임대지원금)를 이용하면 2000만원만 더 내면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새 A 대위가 사는 아파트 전세가는 3억8000만원선까지 뛴 상황. 금전적인 부담이 1억6000만원으로 8배나 커진 셈이다.    
 
결국 A 대위는 군 관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두 아이를 데리고 좁고 낡은 관사로 돌아가는 게 정말 싫고 미안했다”며 “하지만 외벌이 가정에서 감당하기에는 대출금 부담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이라 해도 외진 곳에 있는 군 관사의 경우 배달음식을 시켜도 잘 오지 않을 정도로 생활 환경이 불편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임대지원금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가 폭등에 A 대위처럼 유탄을 맞고 군 관사로 유턴하는 군인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정부의 군인 임대지원금은 현실과 괴리돼 있다.    
 
국방부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임대지원금 한도는 동결된 상태다. 정부는 지역별 전세 시세(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아파트 중위 전세가 활용)를 반영해 5개 구간(급지)으로 나눠 임대지원금 한도를 정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수도권 전세가가 급격히 오르자 2019년부터는 1, 2급지의 한도를 각각 3개 구간씩 더 세분화했다. 임대지원금 한도가 가장 높은 서울ㆍ과천ㆍ성남(1-1급지) 등의 경우 2015~2018년 2억7000만원이던 것이 2019년부터 3억원으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2018년 8월 4억5583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올해 1월 기준으로 5억8827만원까지 급등했다. 수도권 역시 같은 기간 3억1557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뛰었다. 임대지원금 상승 폭보다 실제 전세가 상승 폭이 7000만원~1억원이나 더 큰 셈이다.  
 
급기야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갱신 계약이 아닌 신규 전세가는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마디로 ‘갭’이 더 벌어질 태세다.    
 
MZ세대, 간섭 많은 관사 싫지만    
그만큼 군인들의 살림도 팍팍해지고 있다. 맞벌이 가정인 B 중사는 배우자의 직장 위치 때문에 불가피하게 최근 서울 외곽 지역에 34평형(전용 84㎡)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 B 중사는 “6억5000만원 짜리 물건을 겨우 구하고서도, 3억5000만원이나 되는 전세금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은행 대출 여력이 부족해 모자라는 돈은 차용증을 쓰고 아버지 퇴직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출 부담이 크지만, 부대 밖 민간 아파트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자녀 교육 문제도 있다. 수원의 한 신도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C 소령은 “말이 수도권이지, 군부대가 위치한 지역은 아무래도 아이들이 학원 다니기조차 어렵다”며 “그래서 관사에선 학원을 오가는 버스를 단체로 대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부대를 옮겨 다니는 군인 특성상 아이들에게 못 해주는 게 많다”며 “내 몸이 피곤하더라도 남들 하는 정도만이라도 해주자는 마음이 컸다”고 속내를 밝혔다.              
 
.관사 생활에서 오는 간섭이 싫은 MZ 세대 군인들의 불만도 크다. 군 관사에 사는 B 대위는 “나보다 배우자가 불편한 게 더 많다”며 “예전처럼 남편의 계급이 배우자의 서열이 되는 현상은 많이 줄긴 했어도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주 여건이 좋은 민간 아파트들을 군이 확보해 빌려주기도 하지만, 몇 채 되지 않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며 “근속연수나 부양가족 수를 따지다 보면 젊은 장교나 부사관이 입주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이런 군인들의 사정과 관련해 국방부는 “전세 시세 상승을 고려해 대부 지원금을 올리기 위해 예산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전세가 상승 속도라면 갭을 좁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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