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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옵티머스 사태, 꼬리 자르기 안 된다

중앙일보 2021.07.07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NH농협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H농협금융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결정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NH농협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H농협금융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결정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5000억원이 넘는 피해 금액과 1000여 명의 피해자를 낳은 희대의 사모펀드 사기사건을 관리·감독해 온 금융당국에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다. 감사원은 그제 옵티머스 사태의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의 부실 감독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금감원 직원 4명과 한국예탁결제원 직원 1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정작 관리·감독의 책임을 져야 할 기관장 등 고위직들은 퇴직자라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실정법상 감사원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나 부실 감사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감사원은 수사기관을 위한 수사 참고자료조차 내지 않았다고 하니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감사”라고 하는 금감원 노조의 비판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금감원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자본시장 담당 전 부원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 부실감독 금감원 실무진 징계 요구
피해액만 5000억원, 검찰 철저 수사 필요

감사원이 밝힌 옵티머스 사태는 복마전 그 자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을 투자하는 것으로 설정·설립 보고를 해놓고도 일반 회사채에 투자가 가능하도록 모순적인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했는데도 별다른 보완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또 수천억원대 피해로 이어진 옵티머스 사태를 2017년부터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해 옵티머스에 대한 서면검사에서 펀드 자금 400억원을 대표이사 개인증권 계좌로 이체하는 횡령 및 사모펀드 돌려막기 등의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바로 검사에 착수하거나 금융위·수사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융감독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부실을 막을 수 있던 기회를 네 차례나 놓쳤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다.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태도도 여전히 문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그간 전직 경제부총리와 검찰총장이 옵티머스의 고문으로 역할을 하는 등 정·관계 고위 인사 연루설 등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권력형 비리는 오도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수사도 진척이 없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는 2018년 미국으로 도피한 후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선거캠프 금융정책특보를 맡았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는 대학 동문이다. 그는 지금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식료품 판매업 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사실이 밝혀진 만큼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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