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 성폭력 신고기간에…장군이 노래방서 부대직원 성추행

중앙일보 2021.07.07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 장성(준장)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보고도 군이 은폐·회유하려 하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져 국방부가 군내 성폭력 사건을 접수하던 특별신고 기간(지난달 3~30일)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성범죄 문제를 척결하고 자정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 준장 구속
회식 뒤 여직원 강제 신체접촉 혐의

서욱 “부사관 사건 엄정대응”도 무색
야당 “지휘 책임지고 사의 표명을”

국방부에 따르면 A준장은 지난달 29일 회식을 마친 뒤 노래방에서 2차 자리를 하면서 소속부대 여직원 B씨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준장은 지난 2일 긴급 체포된 뒤 4일 구속됐다. 군 현역 장성이 성폭력 혐의로 구속된 건 지난 2018년 7월 해군 제독(준장)이 부하를 성폭행하려다 체포된 뒤 3년 만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1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면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군 합동위원회도 꾸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 장관이 지난달부터 매일 두 차례 현안 회의를 열고 공군 여성 부사관 수사 진행과 특별신고 사건을 직접 챙겼다”며 “그런데 또 성폭력 사건이, 그것도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장성 때문에 일어나 허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국방부의 성폭력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잇따른 군내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과 제도가 강화됐는데도 관련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관용 없는 처벌과 양성평등 교육으로 군대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민국 군대를 말한다』의 저자인 김진형 예비역 해군 소장은 “국방부의 군내 성폭력 방지 정책은 백약이 무효”라며 “마초적이며 계급으로 무조건 누르려고만 하는 군대 문화를 밑바닥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지낸 법무법인 로고스의 임천영 변호사는 “군 형법에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위력·위계에 의한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을 처벌하는 조항을 추가하고, 성별과 상관없이 상관이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부하와 성관계를 맺으면 군 형법 위반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국방부 직할부대는 국방부 장관이 직접 관할하기 때문에 서 장관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서 장관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 지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