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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까지 끊길 상황”…재정 절벽 내몰린 패션산업연구원

중앙일보 2021.07.05 15:10
대구 동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본원 건물 전경.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대구 동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본원 건물 전경.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지난달 직원 급여 못줘
올해로 설립 11년째를 맞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몰렸다. 재산세 등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전기마저 끊길 처지다.  
 
5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 노사는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같이 호소했다. 패션연 노사에 따르면 패션연은 지난달 직원 급여 지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나아가 사업 수주를 하지 못하거나 통장이 압류되는 등 조치가 예고되면서 기관 운영까지 중단될 위기다.
 
패션연 노사는 “이달까지 국세와 재산세를 미납하고 다음 달 4대 보험과 전기세를 내지 못하면 단전, 통장 압류 조치가 될 것이라고 관련 기관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패션연 운영 재정은 지자체 보조금 사업이 상당 비중을 이루고 있는 데다 영세 소기업이 대다수인 패션·봉제업체 지원을 주요 업무로 하다 보니 규모가 큰 기업을 지원하는 타 기관처럼 기업을 상대로 민간 수탁을 받을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운영비와 인건비 마련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운영비 지원이 끊긴 2018년부터 패션연은 적자 운영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패션연은 2018년부터 정부의 기관 운영 경상 보조비가 일몰제로 폐지되고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옛 한국패션센터) 운영권까지 박탈당하면서 재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패션연의 재정자립도는 2018년 91%에서 2020년 54%까지 떨어졌다.
 
패션연 노사는 “현재 패션연 직원들의 실태는 참담함 그 자체다. 작년부터 이어진 급여 체불 사태는 올해부터는 본봉 지급률마저 80% 선으로 떨어뜨렸다”며 “패션연이 그나마 지급하던 급여도 6월에는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기관 운영비 부족으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지원인력들에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직원 65→39명으로 줄어
패션연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하거나 무급휴직을 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패션연 노사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연 직원 수는 정원 65명에 못 미치는 47명 수준이었다. 최근엔 그 수가 39명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3명이 희망퇴직, 3명이 무급휴직을 신청해 결과적으로 정원의 50%만 남게 됐다.
 
패션연 노사는 “아무리 희망퇴직을 하고 무급휴직으로 고통 분담을 하더라도 지원인력 인건비와 고정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관 운영비 확보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도 당연직 이사인 대구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 자구책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와 산업부는 패션연의 대다수 직원이 퇴사해도 해결되지 않는 운영비 확보 방안을 스스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식의 방관은 패션연이 고사하기를 기다린다고밖에 볼 수 없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국에 지원을 기다리는 패션·봉제 업계와 노동자 아우성은 나몰라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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