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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각 시대가 오고 있다, 한국 조각가들은 준비 완료"

중앙일보 2021.07.05 13:10
경기도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이 열리고 있는 야외 전시장의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박근우 작가의 작품이 앞에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경기도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이 열리고 있는 야외 전시장의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박근우 작가의 작품이 앞에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조각가들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요. 그런데 홍보력이 부족해서인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아보질 못했어요. 아직 한 번도 피어본 적 없이 여기까지 온 거예요.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도 위축된 조각가들을 보면 늘 안쓰럽고 안타까웠죠."
 

윤영달 해태크라운제과 회장
글로벌 K-조각 프로젝트 시동
"한강서 한국조각 300개 전시..
한국 조각 이제 해외로 나가야"

"그동안 K-POP(케이팝), K-FOOD( 케이푸드), K-DRAMA(케이드라마),K-CINEAMA( 케이영화) 다 뜨지 않았습니까? '세상에나, 이게 가능해?' 라고 생각했던 일이 다 일어났죠. 이젠 K-SCULPTURE(K-조각)이 뜰 차례죠. 마침 이번에 아주 좋은 기회가 옵니다. 이제 K-조각이 주목받을 기회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잠깐 귀를 의심했다. 지금 이 얘기를 하는 그는 누구인가. 한국 조각가협회 대변인인가, 과자회사 회장님인가. 그는 야외 조각 전시장에 즐비한 작품만 척 보고도 작가들 이름을 줄줄이 외웠고, 작품의 재료와 작업의 특징까지 막힘없이 설명했다. 14년째 한국 조각가들을 '밀고' 있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76) 얘기다. 
 
지난달 21일부터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72사단 예하 보병부대가 주둔했던 연병장에서 대형 조각 작품 70여 점이 전시 중이다. 크라운해태가 기획하고 후원하는 이 전시는 '2021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 군부대가 이전하고 난 뒤 비어 있던 이 공간에서 오는 8월 20일까지 민성호, 전강옥, 최은정, 이민수, 신동희 등 한국 중견 조각가 40여 명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무료로 공개한다. 조경으로 한껏 멋을 낸 공원이 아니라 비록 옛 부대 주둔지 연병장과 식당에서 열리는 전시이지만, 전시장의 조각 작품을 하나씩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자못 비장하다. "여기 작품을 보면 한국 조각의 오늘과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큰 보폭으로 조각들 사이를 성큼성큼 누비던 그는 "지금 이 전시는 '글로벌 K-조각(K-SCULPTURE) 프로젝트'의 시작일 뿐"이라고 선언하듯 말했다.  
 
경기도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에 출품된 이민수 작가의 작품 '순간'. 알루미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자/20210630

경기도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에 출품된 이민수 작가의 작품 '순간'. 알루미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자/20210630

경기도 양주 크라운해태 아트밸리에 조성된 드라이브 쓰루 조각공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경기도 양주 크라운해태 아트밸리에 조성된 드라이브 쓰루 조각공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 실내 전시장에 소개된 염시권 작가의 '바라보다', 25x20x60cm. [사진 크라운해태]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 실내 전시장에 소개된 염시권 작가의 '바라보다', 25x20x60cm. [사진 크라운해태]

이용철 작가의 '그후 100년-공간3', 브론즈, 50x50x50cm. [사진 크라운해태]

이용철 작가의 '그후 100년-공간3', 브론즈, 50x50x50cm. [사진 크라운해태]

전강옥 작가의 '부유하는 힘', 스테인리스 스틸, 철, 33x14x60cm, 2017. [사진 크라운해태]

전강옥 작가의 '부유하는 힘', 스테인리스 스틸, 철, 33x14x60cm, 2017. [사진 크라운해태]

고성익 작가의 '추억여행', 느티나무, 85x47x90cm.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고성익 작가의 '추억여행', 느티나무, 85x47x90cm.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9년 ‘조각 200인전’을 기획·후원해 여는 등 유별난 '조각 사랑'으로 유명한 윤 회장의 발걸음이 최근 더욱 분주해졌다. 한국 현대조각 개척자 6인의 생애와 예술관을 기록한 책 『한국현대조각 1세대展』(이웅규·최태만 지음)을 펴냈고, 지난달 25일 서울 성신여대에서 '제1차 K-조각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는 '한국 조각의 세계적 위상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였다. 그는 지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년 10월 서울 강서구에서 광나루까지 한강 공원 11곳에 조각 300여 점을 전시하겠다는 것. K-조각 알리기에 앞장선 그를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이 열리고 있는 야외 전시장에서 만났다. 
 
한강공원 11곳에서 한국 조각 300점을 전시하겠다고?
"그렇다. 이른바 'K-조각 한강 프로젝트'다. 올해는 준비 삼아 해보고 내년엔 더 대규모로 할 계획이다. 이제 때가 됐다. 한국 조각가들이 그동안 준비해온 것을 제대로 펼쳐 보여줘야 한다." 
 
좋은 기회란 무엇을 말하나.  
"내년에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공동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미술시장이 열린다는데 가만히 있어야 되겠나. 올초부터 중견 조각가 50여 명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구상해왔다. 프리즈가 열리는 시기에 한강공원 곳곳에 한국 조각가들의 작품 300점을 배치해 전시할 생각이다."  
 
윤 회장은 이 야심 찬 계획을 위해 최근 비영리 사단법인까지 만들었다. 2017년 여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눈조각 축제를 열고, 서울국제조각페스타과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역임하며 쌓은 역량을 이번엔 세계 무대를 겨냥해 쏟아붓겠다는 요량이다. 
 
한강공원 조각전시는 서울시와 협의도 필요하고 양질의 작품 수급도 보장돼야 한다.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
"솔직히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크라운해태가 나서 2016년 10월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견생조각전(見生彫刻展)'이 최근까지 51회까지 열렸다. 그동안 우리 조각가들이 작품 보여줄 곳이 너무 없었다. 문예진흥법에 따라 아파트나 빌딩 앞에 공공 조형물이 세워지지만 이 제도가 허점이 많다. 그래서 우리 조각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원에 조각을 대여해주는 견생전을 열어왔는데 반응이 꽤 좋다. 이제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견생전은 지자체에서 소정의 대여료를 받아 작가들에게 주고, 작품 운송과 설치는 크라운해태가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시가 줄면서 장흥자연휴양림 일대에 보관하고 있는 조각품 200여 점은 현재 드라이브 스루 전시로 관람객에게 공개되고 있다, 
 
윤 회장은 2007년 장흥면 크라운해태 송추 아트밸리 인근 모텔을 인수·개조해 조각가 20명에게 작업실을 제공하고 있고, 2012년부터는 대형 조각 제작·조립이 가능한 조각 스튜디오를 만들어 조각가들을 지원해왔다. 이곳은 천장 높이가 20m에 달하고 무거운 조각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장치와 자동개폐 도어, 슬라이딩 바닥을 갖추고 있다.  
 
[사진 크라운해태]

[사진 크라운해태]

 
예술경영과 메세나(기업의 문화스포츠 지원활동)에 앞장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IMF 이후 크라운제과가 절체절명의 경영난을 겪던 시절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북한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대금 연주를 듣고 마음을 치유하게 된 경험이 시작이었다. 우리가 예술에서 얻는 감동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예술이 주는 그 몰입의 희열을 직원들은 물론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윤 회장은 "제가 조각과 국악, 다 잘해온 것은 아니다. 잘 모르고 엉뚱한 짓 해서 욕도 많이 먹었고, 경제적으로 손해도 봤다"면서 "그러나 얻은 게 더 많았다. 예술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믿음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 K-조각 한강 프로젝트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 프로젝트, '세계 조각의 메카' 카라라에서 열리는 프로젝트도 생각해보고 있다. 솔직히 국내 시장은 좁다. 한계가 있다. 조각계에서도 싸이, 박세리 같은 스타가 나올 수 있다면 어딘들 못 가겠나. 우리 작가들이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 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조각가를 만나고 있다."
 
그는 이어 "조각이 살길은 공원에 있다"면서 "힐링하려면 공원에 가서 작품을 봐야 한다. 푸근하고 좋은 작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언제나 필요하다. 무대만 좀 더 넓힌다면 조각의 장래는 밝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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