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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줄고 조용한 北...자의 반, 타의 반 '고립' 언제까지?

중앙일보 2021.07.05 11:26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7월 1일) 등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굵직한 계기를 조용히 넘겼다. 북한의 속내와 향후 행보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마냥 침묵하고 싶어서 침묵하는 건 아니란 분석이 나온다. 안으로는 경제난 악화, 밖으로는 코로나19의 여파와 호락호락하지 않은 미국의 대북 정책 등의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 고립의 길을 걷는 셈이다.
지난달 17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무력 시위 없이 '침묵'

미국이 최대 명절로 기념하는 지난 4일 독립기념일에 북한은 무력 시위도, 대미 비방 담화도 없이 침묵했다. 지난해 같은 날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북ㆍ미 대화를 일축하는 담화를 내고 순항미사일을 쐈다. 2017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 발사를 했다. 이보다 앞서서도 북한은 독립기념일에 맞춰 숱하게 미사일을 발사, 노골적으로 대미 도발을 거듭해왔다.

美 독립기념일, 中 공산당 100주년 모두 '침묵'
대미 메시지 빈도ㆍ분량↓
다음달 한ㆍ미 연합훈련 계기 동향 주시

 
무력 시위 뿐 아니라 대미 메시지도 자주 냈는데, 지난해엔 독립기념일 엿새 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당시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다소 생뚱맞은 언급을 해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축전을 보낸 것 외에 북ㆍ중 간 인적 교류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아직 계기는 남아 있다. 정부는 오는 11일 북ㆍ중 우호협력 조약 체결 60주년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고위급 인사 중심의 당대당 교류가 이뤄질 가능성 등이다.
2017년 7월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오른쪽 두번째) 평안북도 방현에서 '화성-14형' 발사 준비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7년 7월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오른쪽 두번째) 평안북도 방현에서 '화성-14형' 발사 준비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말 짧아지고 조용

최근엔 북한발 대미 메시지의 빈도와 분량이 함께 줄어드는 경향이다.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을 계기로 지난달 22일 김여정 부부장, 23일 이선권 외무상이 이틀 연속으로 미국의 대화 제안을 거절하는 담화를 냈을 때가 대표적이다. 각기 173자(4문장), 123자(2문장)으로 짧았다
지난 3월 16일 김 부부장, 18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연달아 대미 담화를 냈을 때는 각각 2041자, 1337자로 길었다.
 
외교가에선 "정상국가화를 목표로 하는 북한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맞춤용으로 압축적 단문 메시지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어차피 안팎으로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 구구절절 말을 길게 해봤자 협상력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언제 나오나?

하지만 다음달로 예정된 한ㆍ미 연합훈련만큼은 북한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약 3개월 간의 침묵을 깨고 나온 계기도 지난 3월 한ㆍ미 연합훈련이었다. 북한은 같은 달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쏘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는 다시 잠잠하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관여했던 전직 당국자는 "미 행정부 초기에 도발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게 전형적인 북한의 전략인데, 지금은 그러고 싶어도 경제난 등 내부적인 어려움으로 못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내세워온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라 연합훈련 등에 대해 도발로 응수하고 싶어도, 여건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대북 제재가 장기화하면 북한식 버티기에 한계가 올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8차 당대회 이후 대규모 회의만 계속하고 있다"며 "상황이 안정돼 본격적인 해결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지만,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면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대북 정책 설명 제의에 일단 퇴짜를 놓았던 북한이 조만간 '탐색적 대화' 차원에서 대미ㆍ대남 접촉에 응할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있단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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