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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이닉스세 된 '구글세'…"장기적으론 덤터기 쓸 수도"

중앙일보 2021.07.05 07:01
구글 등 다국적 디지털 서비스 기업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디지털세 유탄을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도 맞게 됐다. 원래 취지와 달리 부과 대상에 제조기업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디지털세 도입이 한국 조세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전·하이닉스도 ‘구글세’ 낸다

 한 시민운동가가 지난 2018년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주장하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스크와 복장을 입고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 시민운동가가 지난 2018년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주장하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스크와 복장을 입고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참여한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최근 디지털세에 대한 130개국 지지를 확보했다. 다만 IF 139개국 중 9개국은 합의안에 반대해 최종안은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도출할 예정이다. 최종안이 나오면 실제 발효는 2023년이 될 전망이다.
 
현행 국제조세체계에서 기업은 실제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만 세금을 낸다. 하지만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세율이 낮은 국가로 서버를 옮겨 세금을 회피하자, 사업장이 없어도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권을 일부 나눠주는 디지털세를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디지털세 부과 방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디지털세 부과 방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기업은 10% 통상이익률을 넘는 초과 이익분의 20~30%를 매출발생국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20% 이익 냈다면 통상이익률(10%)을 제외한 10% 초과 이익의 20~30%를 실제 서비스와 재화를 판매한 해외 국가에 납부한다.
 
문제는 디지털세 대상을 채굴업과 규제 금융업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업종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27조원), 이익률 10% 이상 기준만 충족하면 디지털세를 내야 한다. 실제 기재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디지털세 적용이 확실하고,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률에 따라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최저법인세도 연결매출액 7조500억 유로(약 1조1000억원) 이상 다국적 기업에 최소 15% 이상을 매기기로 잠정 합의했다.
 

“적용 기업 늘면 조세 주권 침해”

정부는 디지털세 적용에 일부 한국 기업이 들어갔지만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 디지털세 대상 한국 기업 수가 1~2개에 불과한 데 반해 우리 정부가 과세할 수 있는 글로벌 IT 기업은 더 많아서다. 디지털세로 인한 이중과세 문제도 국내 세금 공제 등으로 방지할 예정이라 기업 실질 세 부담 증가는 없다고 설명한다. 또 15%대로 합의한 글로벌 최저법인세도 최고 25%인 국내 법인세율보다 낮기 때문에 기업에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디지털세가 한번 도입하면 적용 대상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조세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해외 매출이 많은 한국 기업 특성상 적용 기업이 많아지면 국내 세수가 줄 수밖에 없다. 실제 IF도 디지털세 적용 대상을 앞으로 더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문에도 7년 후 디지털세 부과 기업 매출 기준을 현재 200억 유로에서 100억 유로(약 13조5000억원)로 축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18년 기준 연 매출 1조원 넘는 국내기업이 모두 디지털세를 낸다면 “국내 활동 외국기업이 내는 디지털세보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세 한국이 덤터기 쓸 수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디지털세가 당초 취지와 달리 제조기업까지 부과 대상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도 디지털세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디지털세가 당초 취지와 달리 제조기업까지 부과 대상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도 디지털세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시스]

불분명한 세금 부과 기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 합의안에서는 “디지털세 적용하는 기업매출은 최종시장 소재 국가 귀속한다”고 했지만, 매출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정하는 정확한 기준은 추후 밝히기로 했다.
 
문제는 구글 같은 글로벌 디지털 서비스 기업은 매출 발생 국가를 알기 쉽지 않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 구글코리아는 수년째 영업비밀이라며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이 많은 제조업종은 매출발생국이 비교적 명확해서 되려 디지털세 타깃이 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글에 매기려던 세금을 되려 한국 기업이 덤터기 쓸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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