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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껌'만 만든다고? 세종에 뜬 '장난감같은 카트' 정체

중앙일보 2021.07.05 05:00
얼핏 커다란 장난감 카트 같았다. 차의 앞과 뒷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지난달 28일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처음 만난 자율주행셔틀의 첫 인상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달 15일 국내 최초로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셔틀의 임시운행허가를 받고 자율주행셔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된 후 허가를 받은 기업은 롯데가 처음이다. 그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은 앞으로 5년간 세종시 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셔틀 시험 및 연구와 시범 서비스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내서 처음 자율주행셔틀 임시운행허가 받아
대중교통 없는 짧은 구간서 2년 후 운행 목표
수소·배터리 넘어 모빌리티까지 사업 영역 확대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셔틀. 국내 최초로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다. [사진 롯데정보통신]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셔틀. 국내 최초로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다. [사진 롯데정보통신]

 
자율주행셔틀 내부는 자동차라기보다는 경전철과 흡사한 느낌이 들었다. 차량 앞뒤로 두 자리씩의 좌석이 있었고, 출입문 쪽에는 거대한 태블릿 모양의 라이다(LiDARㆍ레이저를 통해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는 장치) 화면이 붙어 있다. 경전철이 달리려면 선로가 깔려있어야 하지만, 자율주행셔틀는 선로 없는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자율주행셔틀의 최고 속도는 시속 25㎞. 세종시 시범단지 일대 2㎞ 구간을 큰 어려움 없이 달렸다. 주변에서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거나, 과속 방지턱 등이 있을 땐 알아서 멈추거나 속도를 줄였다. 코너를 돌거나, 차선을 바꾸는 것도 비교적 자연스러웠다. 차체 외부에 장치된 라이다 센서를 통해 다양한 위험물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된 덕분이다. 
 
윤태은 롯데정보통신 모빌리티팀장이 차량 내 부착된 자율주행 시스템 제어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롯데정보통신]

윤태은 롯데정보통신 모빌리티팀장이 차량 내 부착된 자율주행 시스템 제어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롯데정보통신]

길가의 풀잎이나 나뭇가지까지 감지 

롯데정보통신 윤태은 모빌리티 팀장은 “길가의 풀잎이나 나뭇가지 등의 작은 장애물까지 감지해 주행속도를 늦출 정도”라고 설명했다. 차체 내부에는 고성능 컴퓨터 두 대가 설치돼 있다. 한 대는 장애물을 파악하고, 나머지 한 대가 자율주행을 맡는 식이다. 빗방울이나 함박눈 등 기후 요인을 다른 장애물과 어떻게 구별할지 등을 놓고 연구 중이다.  
 
사람들에게 생소하지만, 유통업으로 유명한 롯데가 자율주행셔틀을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그간 ‘이비 카드’ 같은 교통카드,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 관련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미 북수원과 순천, 부산 광안대로 등 전국 150여 개 하이패스도 구축했다. 윤 팀장은 “다양한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해왔는데, 정작 자율주행차는 알지 못하면서 인프라만 구축하는 것도 이상했다”며 “자율주행셔틀 개발 경험을 토대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가 있는 모빌리티 분야로도 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정보통신 자율주행셔틀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롯데정보통신 자율주행셔틀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셔틀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차나, 애플카와는 다소 다른 지향점을 갖는다. 다수의 승객을 대상으로 비교적 짧은 거리를 오가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업사들은 특정 차량 소유주를 태우고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경우가 다수다. 
 

지하철·시내버스 없는 짧은 구간 운행 

자율주행셔틀은 현재 실제 도로를 달리며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 대한 학습을 계속하는 중이다. 별도의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만큼 어떤 상황을 위험으로 감지할지, 장애물이 나타나면 어느 만큼 속도를 줄일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입히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중에는 현재 시범도로 구간뿐 아니라 주거단지 인근으로까지 시범운행 영역을 넓힌다는 목표다. 본격적인 매출은 앞으로 2년여 뒤에는 발생할 것이란 기대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등이 오가기 불편한 짧은 구간을 주로 오가게 한다는 계획이다. 
 
요금은 시내버스보다 저렴한 500원 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만큼 자율주행셔틀의 연료 효율성은 기존 내연기관 버스의 50% 이상 높다. 롯데그룹 측은 “수소와 배터리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자율주행차 뿐 아니라 모빌리티 전반의 인프라를 구축해 완결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세종=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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