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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또 올랐어…2000원도 시간문제

중앙일보 2021.07.05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기름 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의 리터당 평균 가격이 2년 9개월 만에 1600원을 넘어섰다. 9주 연속 오름세다. 4일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는 리터당 2400원대 가격표가 등장했다.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L당 1610원 2년9개월만에 최고
서울 시내 2400원 주유소도 등장
경기회복에 휴가철 수요까지 가세
산유국 증산은 더뎌 계속 오를 듯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4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10.63원으로 전날보다 0.68원 올랐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는 리터당 휘발유가로 2400원을 내걸었다. 또 강남, 용산 등 일부 지역에서도 휘발윳값이 2000원을 넘어선 주유소가 포착됐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1600원을 넘어선 가운데 4일 서울에서 한 차량이 주유 중이다. [뉴스1]

전국 휘발유 가격이 1600원을 넘어선 가운데 4일 서울에서 한 차량이 주유 중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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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6월 다섯째 주(6월 27일~7월 3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3.5원 오른 리터당 1600.9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1600원을 넘은 것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2018년 11월 당시 국내 유가 상승세는 유류세 인하로 꺾였지만, 지금의 상승세는 선행 지표인 국제 유가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석유 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 반해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해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 배럴당 75달러(8월 거래 선물)까지 올랐다.
 
석유업계에선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해 석유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산유국의 증산은 예상보다 더디고 미국 원유재고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 핵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어 이란산 원유 공급 가능성이 작아 국제유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 유가를 따라 오르내린다. 석유 수요가 증가하는 해외와 비슷하게, 국내에서도 여름철 휴가 성수기를 맞아 렌터카와 지방 여행 등으로 휘발유 수요가 늘고 있고, 항공유 수요도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설지의 가장 큰 변수는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의 행보다. OPEC+는 당초 지난 2일(현지시간) 감산 완화 논의 등을 놓고 결론을 짓기로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5일 추가 회의를 결정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를 제외한 주요 산유국은 다음 달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하루 40만 배럴가량의 감산 완화에 잠정 합의했다. 이는 연말에는 지금보다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증산하기 위해서다. 다만 OPEC+는 만장일치 합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UAE와의 의견 조율이 증산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당분간의 상승세는 피할 수 없겠지만, ‘유가 100달러 시대’는 다소 앞서간 예측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열린 국제유가 전문가협의회에서는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64~69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현재의 수급 여건으로는 국제유가가 80달러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다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셰일업체 신규 투자가 제한되면서 생산 확대가 어려워지는 등 유가 상승 요인도 여전히 공존하기 때문에 국내 휘발유 가격 동향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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