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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대신 옥수수껍질” 플라스틱 벗어나려 '제로웨이스트'

옥수수껍질(왼쪽)을 말리면 길고 질긴 노끈같은 질감이 된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배경애씨는 이 껍질을 샌드위치 포장 등 일상생활에서 끈이 필요할 때 대신 사용한다. 배경애씨 제공

옥수수껍질(왼쪽)을 말리면 길고 질긴 노끈같은 질감이 된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배경애씨는 이 껍질을 샌드위치 포장 등 일상생활에서 끈이 필요할 때 대신 사용한다. 배경애씨 제공

#배경애(53)씨는 옥수수 껍질을 플라스틱 끈 대신 사용한다. 쓰레기를 최대한 줄여 0에 가깝게 하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배씨는 "전엔 그냥 버렸던 옥수수 껍질이 알고보니 억세고 잘 풀어지지 않아 쓸모가 많더라"며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니 쓰레기라고 여겼던 모든 게 자원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어스] ②사용-우리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쓸까

 
#요즘 신계원(39)씨는 아이를 위해 플라스틱 장난감을 구입하는 대신 나무, 조약돌, 조개껍질, 손뜨개 등으로 직접 만들고 있다. 신씨는 "애들이 장난감에 질리면 버릴 수 밖에 없는데, 플라스틱 장난감은 재활용이 어려운 편이고 플라스틱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것도 해롭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증하자 심각성을 절감한 시민들이 "나부터 줄여보겠다"며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 장난감 대신, 조약돌과 나무, 손뜨개 등으로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사진 신계원씨 제공

플라스틱 장난감 대신, 조약돌과 나무, 손뜨개 등으로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사진 신계원씨 제공

이런 움직임에 따라 포장을 줄이고 플라스틱 소재가 아닌 대체품을 파는 ‘제로 웨이스트 숍’도 인기를 얻고 있다. 무포장 가게 네트워크가 지도에 취합한 목록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무포장가게는 모두 65곳에 달한다. 서울의 한 제로 웨이스트 숍 관계자는 "(제로 웨이스트 숍이) 구마다 생길 정도로 늘어났고 방문하는 손님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줄이기' 챌린지 참가자, 코로나 뒤 10배 늘어

SNS를 통해 '플라스틱 줄이기'를 전파하고 동참하는 이들도 늘었다. 지난 3월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쓰레기 줄이기와 채식을 결합한 ‘제비클럽(제로 웨이스트+비건)’ 챌린지를 진행했다. 한 달간 신청자가 2000명에 이르렀다. 장지은 활동가는 “매년 캠페인을 진행하면 200명에서 30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10배 넘는 시민이 참가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행사 뒤에도 자발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해시태그를 올리며 실천을 이어가는 이들이 많았다. 제비클럽에 참여한 임형렬(33)씨는 “지난해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뉴스와 환경 다큐멘터리를 본 뒤 쓰레기 줄이는 삶을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며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어렵긴 했지만, 챌린지가 끝난 뒤에도 새로운 습관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기내, #용기내챌린지를 SNS에 검색한 화면.

#용기내, #용기내챌린지를 SNS에 검색한 화면.

 

'#용기내' 챌린지에 대통령 부부도 '용기 내'

지난해 그린피스가 시작한 ‘용기내’ 챌린지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용기(勇氣, courage)’를 내서 ‘용기(容器, container)’를 내밀자는 두 가지 뜻을 함축해, 일회용 포장 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획된 챌린지였다. 캠페인 홍보대사로 나선 배우 류준열을 시작으로 롯데시네마, 환경부, 문재인 대통령 부부 등이 ‘용기내’를 언급하며 입소문을 탔다.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롯데시네마가 주최한 '용기내' 이벤트에 등장한 다양한 식품용기들. 이번 행사는 6000원 가격에 뚜껑 달린 식품용기라면 제한 없이 팝콘을 가득 채워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롯데시네마]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롯데시네마가 주최한 '용기내' 이벤트에 등장한 다양한 식품용기들. 이번 행사는 6000원 가격에 뚜껑 달린 식품용기라면 제한 없이 팝콘을 가득 채워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롯데시네마]

 
그린피스 염정훈 캠페이너는 "SNS에서 ‘#용기내’를 검색하면 3만2000개의 게시물이 뜰 정도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업과 정부도 호응했다"고 전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시민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앞으로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설 연휴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생굴을 가져간 용기에 담아 구입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설 연휴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생굴을 가져간 용기에 담아 구입하는 모습. 연합뉴스

특별취재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70년.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탄생-사용-투기-재활용 등 플라스틱의 일생을 추적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정종훈·김정연 기자, 왕준열PD, 곽민재 인턴, 장민순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