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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목구멍' 막말 北이선권 돌아왔다···美 겨냥 애매한 담화

중앙일보 2021.06.24 16:39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이선권 외무상이 잇따라 담화를 내며 미국과의 협상은 없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무의미한 대미 접촉 생각 없어"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에 두 문장 담화
"최후통첩" "협상 조건" 해석 엇갈려

이선권 북한 외무상 [중앙포토]

이선권 북한 외무상 [중앙포토]

 
김여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김정은의 입’으로 불리며 남북 및 북미 관계 총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선권은 2018년 10월 평양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측 수행원으로 참석한 재개 인사들을 향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말을 해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지난해 1월부터 외무상을 맡고 있다.  
 
이 외무상은 23일 담화에서 “우리(북한)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김여정의 “꿈보다 해몽”이라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미국)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언급의 연장이다.  
 
이선권은 이날 1년여 만에 발표한 담화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를 “환영한다”면서 150여 자, 두 문장짜리의 짧은 입장을 냈다. 형식적으로 결론만 밝히며, 북ㆍ미 대화의 여지를 자른 모양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대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의 연이은 이런 입장 발표를 ‘밀당’의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진정 대화에 의지가 없을 경우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처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되풀이하는 건 ‘대화의 조건을 너희(미국)가 만들라’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북한이 담화나 성명 등 자신들의 입장을 대외에 공개할 때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상황 설명과 함께 조건을 달며 장문(長文)으로 작성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각각 네 줄(김여정 담화), 두 줄 짜리 단문으로 발표한 게 독특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또 “북한은 대부분의 담화를 오전 6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하곤 했다”며 “김여정 부부장은 낮 12시, 이선권 외무상은 밤 9시 등 이전의 발표시간과 달라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외무상의 담화가 짧지만 모호한 표현을 쓴 것 역시 담화 속에 ‘미련’과 ‘공넘기기’의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이라는 표현이 표면적으론 ‘미국과의 접촉은 무의미하다’이지만, 행간에는 ‘기존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 이후부터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이 하노이 노딜에서 시작하자고 하면 북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에 북한이 ‘조건부’로 공을 넘긴 데다, 북한이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극도로 경계하며 내부 단속에 집중하는 모양새여서 당장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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