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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술독에 빠져"···1인소득 베이징 안부러운 中마을 비밀

중앙일보 2021.06.24 15:03

술독에 빠졌어요

 
양조 공장에서 일하는 저우량은 항상 자신을 일컬어 “술독에 빠진 청년”이라 부른다.
 
그는 마오타이 양조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축구장만큼 넓은 양조장에서 그가 하는 일은 바닥에 넓게 펼쳐진 갓 발효된 고량(高粱)을 퍼서 스테인리스 찜기로 옮기는 일이다. 그는 매일 바닷가 모래 같은 고량의 감촉을 맨발로 느끼며 땀 흘려 일한다. 빨갛게 물든, 좀처럼 술 냄새가 빠지지 않는 맨발은 이 공장 노동자들의 상징이다.
 

'마오타이 청년'들이 고향 떠나지 않는 이유 

 [사진출처=매일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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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오타이 양조장은 구이저우 런화이시(仁怀市) 마오타이진(茅台镇)에 있다. 3월의 마오타이 진은 기온이 10도 아래로 유지되며 꽤 추운 편이지만, 저우량과 이곳 직원들은 언제나처럼 반소매 차림이다. 뜨거운 열로 술을 찌기 때문에 그의 등엔 1년 365일 땀 마를 날이 없다.
 
고된 육체노동이 견디기 어려워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쏠쏠한 임금이다. 마오타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다른 양조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 복리후생도 좋기 때문이다. 이곳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5만위안(약 255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1일 3끼 밥이 제공되고, 1년 휴가가 100일이 넘는다는 점이 큰 메리트다. 고량을 발효하는 기간에는 일을 쉬기 때문에 1년에 3분의 1의 기간이 휴지기다.
 [사진출처=매일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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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울산'? 이곳 주민들 먹여 살리는 양조장 

주민들이 대부분 이 마오타이 양조장에서 일하고 있기에, 이곳은 중국 전역에서도 1인당 소득수준이 전국 '탑 급'에 속한다. 현대자동차 덕분에 울산이 1인당 GDP가 1위를 유지한다면, 이곳에서는 마오타이 덕분에 높은 1인당 소득을 누리고 있다. 이 지역의 1인당 GDP는 약 23만위안(약 3900만원)으로, 베이징(약 16만위안)과 선전(약 20만위안)보다도 높다.
 
마오타이가 높은 임금을 줄 수 있는 이유는 91%의 '무시무시한' 마진율 때문이다. 공장 문을 막 나선 페이톈(飞天) 마오타이의 몸값은 969위안이다. 이 술은 각지의 유통망으로 전달되며 1499위안으로 한 번 가격이 뛴다. 하지만 일반인은 이 단계에 접근할 수 없다.
 
일반인들은 마오타이체험관에 가야만 비로소 어렵게 술 한 병을 구할 수 있는데, 이때의 소비자가가 2700위안이다. 워낙 구하기 어려운 술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고가임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매한다. 그런데 이 한 병을 생산하는 원가는 단돈 80위안이다. 높은 이윤율 덕분에 직원들에게 후하게 임금을 줄 수 있다.
 
 [사진출처=매일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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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예매율 높은 '마오타이 항공편&호텔'? 

 
이 ‘신비로운 마을’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오타이 촌은 중국 전역에서 그 어떤 관광명소보다도 높은 호텔과 항공편 예약률을 자랑한다. 오죽하면 ‘마오타이 항공편’이 나왔을 정도다.
 

8만원 더 쳐줄게요. 팔래요, 안 팔래요?

 [사진출처=매일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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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타이 공항에서는 항상 이런 흥정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오후 12시를 넘어설 즈음 이곳 공항에는 ‘사재기꾼’들이 몰려온다. 바로 ‘마오타이 항공편’이라 불리며, 한 번 예약하려면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는 ZH9237 항공편이 이 시간이면 이곳 공항에 착륙하기 때문이다.
 
마오타이 공항을 목적지로 하는 ZH9237 외 2편의 항공편에는 조금 특별한 혜택이 있는데, 바로 공항 측 정책에 따라 이 항공편 탑승객에 한해 페이톈 마오타이를 공장가인 1499위안에 살 수 있는 프로모션 때문이다. 이 항공편을 이용하면서 마오타이주 한 병을 사는 순간 1000위안 이상을 벌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 위치한 마오타이 국제호텔 역시 1년 내내 예약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머무는 투숙객 역시 호텔 측에서 마오타이주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호텔 입구로 향하는 길 역시 항상 마오타이 사재기꾼들을 볼 수 있는 장소다. 33세의 천 모 씨는 매일 출근하듯 이곳에 와 투숙객으로부터 마오타이주를 구매해 되파는 일을 한다. 이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만 그는 집을 3채나 구매했다.
 [사진출처=매일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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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맛' 아닌 '권력의 맛', 마오타이

 
마오타이를 마실 때 느껴지는 맛은 '술맛'이 아니라 '권력의 맛'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인들이 마오타이주를 떠올렸을 때 함께 연상되는 단어는 '돈'과 '권력', '욕망'과 같은 말들이다. 사교계에서 마오타이는 일종의 '보증된 선물'이다. 각종 로비나 비즈니스 계약 자리에서, 마지막에 슬쩍 들이미는 마오타이 한 병은 거래 성사에 필요한 '화룡점정'이다. 
[사진출처=매일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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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병의 술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중국 젊은 청년들이 땀 흘려 고량을 찌는 작업 삼매경이다. 중국의 다른 현급 도시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할 나이가 될 무렵 주변 대도시로 떠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들의 발을 이 '산촌'에 묶어놓은 것은 이들이 모셔야 할 노부모도, 집 안에 숨겨 둔 금단지도 아닌 '권력의 상징' 마오타이주였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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