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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째 비우고 대구 살린 그 병원, 감염전문병원 탈락 왜

중앙일보 2021.06.24 05:00
지난해 8월 대구 동산병원 의료진의 고글에 김이 서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대구 동산병원 의료진의 고글에 김이 서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다. 뉴스1

병원을 통째로 내놓고 16개월간 코로나19 진료에 매달려온 계명대 동산병원이 정부의 감염병 전문병원 공모에서 탈락했다. 
 

대구 동산병원의 눈물
경북권 감염병 전문병원 공모에서 탈락

질병관리청은 23일 경북권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칠곡경북대병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모에는 두 병원 외 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병원이 경합했다. 질병청은 의료·간호·건축 전문가 등 15명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서면 심사, 발표 평가, 현장 방문 평가를 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진료 실적, 운영 방안, 건축용지 적합성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칠곡경북대병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감염병전문병원 구축사업은 대규모 신종 감염병 같은 국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 호남권은 조선대병원, 중부권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경남권은 양산부산대병원이 이미 선정돼 일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3~2024년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모두 새로 짓는다. 
 
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은 신종 감염병 때 환자 집중 격리와 치료를 담당한다. 중증환자 집중 치료, 시·도간 환자 의뢰·회송 체계 관리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평소에는 감염병 환자 치료·검사, 권역 내 전문 인력 교육·훈련을 맡는다. 
 
칠곡경북대병원에는 설계비, 공사비·감리비, 시설부대비 등으로 국고 409억원이 지원된다. 장비 구입비와 운영비는 별도로 나갈 예정이다. 중환자실 6개, 음압병실 30개, 진단검사실, 음압수술실 2개, 교육훈련센터 등을 갖추게 된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국공립기관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인데도 공적인 역할을 자처했다. 이번 공모에서 계명대 동산의료원 산하 대구 동산병원이 헌신해 온 점을 들어 무난히 전문병원으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2월 18일 첫 환자인 31번 환자 발생 후 급격히 확산하자 계명대 동산의료원 측은 사흘 후 대구 동산병원(중구 소재)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내놨다. 달서구의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입원환자를 뺐다. 여기 의료 인력의 10%(226명)를 빼서 대구 동산병원으로 보냈다. 한창때는 병상 465개(지금은 165개)를 가동했다. 
 
지난해부터 23일 0시까지 2650명의 환자를 돌봤다. 대구 확진자의 26%에 해당한다. 다른 병원을 압도한다. 이 병원의 헌신을 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부부를 비롯한 전국의 의료진이 여기로 몰렸고 국민 성원이 쇄도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측은 매우 아쉬워했다. 병원 측은 "정부가 기준대로 평가했고, 거기서 탈락했으니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병원 측은 "이번에 전담병원으로 선정됐으면 그간의 정신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고, 민간병원이 국가 재난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진 질병청 의료대응지원과장은 "진료 실적은 계명대 동산병원이 가장 우수했고 이 점을 평가에 반영했다. 하지만 진료 실적만 본 게 아니라 의료진 숫자, 간호등급, 향후 운영방향, 업무계획, 부지 적합성, 진료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따졌다"고 설명했다. 하 과장은 "가장 어려운 감염병 환자를 수술할 수 있어야 하고, 대구·경북의 의료진을 교육·훈련해야 하는 점도 따졌다"고 말했다. 하 과장은 "계명대 동산병원이 아쉬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이 많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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