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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돌려줄테니 골목상권서 100만원 더 긁으라고?

중앙일보 2021.06.24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지난 22일 서울 명동의 한 점포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서울 명동의 한 점포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와 여당이 신용카드 캐시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당정이 논의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관련 예산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한 내수 경기를 끌어 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인한 소비 효과는 기대한 것보다 적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 추진 ‘카드 캐시백’의 이면
2분기보다 3분기에 더 썼을 경우
차액의 10%를 포인트로 돌려줘

백화점·마트 빼고, 가전·가구 제외
현실성 낮고, 고소득층에 더 유리

신용카드 캐시백은 3분기(7~9월) 카드 사용액이 2분기(4~6월)보다 많으면 증가액의 일정 비율(10%가량)을 카드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2분기에 신용카드로 50만원을 쓴 사람이 3분기에 150만원을 사용하면 10만원을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다. 1인당 캐시백 한도는 30만~50만원으로 논의 중이다.
 
당정은 신용카드 캐시백을 계산할 때 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 등에서 사용한 금액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등에서 사용한 금액을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반사이익을 누린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당정은 자동차·가구·가전제품·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 구입도 신용카드 캐시백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경우 대형 유통업체에선 사용할 수 없었다.
 
신용카드 캐시백 예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용카드 캐시백 예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런 조건에서 신용카드 캐시백을 많이 받으려면 전통시장이나 식당 같은 골목상권에서 소비를 늘려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캐시백은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에 추가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사용처를 제한하면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시백으로) 30만원 받자고 골목상권을 돌아다니며 300만원을 더 쓸 사람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 캐시백이 신규 소비를 창출하기보다는 4분기(10~12월) 소비를 3분기로 앞당기는 것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직후(지난해 5월 둘째 주~6월 첫째 주)에는 소비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들어선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행사에서 소비액의 10%(부가가치세)를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 소비를 앞당기는 것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많이 나오자 부가세 환급 방안을 유보했다.
 
5차 재난지원금 지급 인식조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5차 재난지원금 지급 인식조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용카드 사용액을 기준으로 한 캐시백은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소비 여력이 줄어든 저소득층과 ▶신용카드가 없는 저신용자 등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카드 캐시백은) 결국 고소득층에 더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성을 띤다”며 “재정을 투입한 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업계도 난색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소가맹점은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며 “(캐시백을 위한) 사용처를 중소가맹점으로 제한한다면 카드사들은 사실상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7개 전업 카드사의 영업수익(가맹점 수수료)은 973억원이었다. 여기서 영업비용(1053억원)을 제외하면 80억원의 적자를 봤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를 제외하고 영세·중소가맹점에서만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카드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은 신용카드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캐시백의 비율, 개인별 상한선, 캐시백 대상 사용처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계속 협의를 진행하겠다.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구체적 내용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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