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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 행보' 성 김, 소외된 후나코시…한ㆍ일 없는 한ㆍ미ㆍ일 공조의 그늘

중앙일보 2021.06.23 17:59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방한중인 성 김(가운데) 미 대북특별대표와 대표단을 접견했다. 사진은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사대리와 문 대통령이 팔꿈치 인사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방한중인 성 김(가운데) 미 대북특별대표와 대표단을 접견했다. 사진은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사대리와 문 대통령이 팔꿈치 인사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간 연쇄 협의 이후 23일 오전 출국할 때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우선 북핵 협의 직후인 21일 오후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대북정책 추진을 위한 한·미 협력 기조를 재확인했다. 

정의용 장관 면담ㆍ청와대 예방 일정 없어
'광폭 행보' 보인 성 김 대표와 비교
외교부 "상호 일정 맞지 않아"


정 장관은 이날 저녁 동남아 3개국 순방차 출국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에도 성 김 대표 접견을 위해 시간을 비웠고, 외교부 청사가 아닌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만났다.
 
이튿날(22일)엔 오전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최영준 차관을 만났고, 오후엔 청와대로 향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엔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형진 안보실 2차장 등 외교안보 라인의 주요 참모진이 배석했다. 

"美 진수성찬, 日 측엔 공깃밥만"

지난 21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은 후나코시 다케히로(왼쪽)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자리를 안내하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국장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달리 북핵 협의 후 장관·대통령 면담 등의 일정을 갖지 않은 채 지난 22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은 후나코시 다케히로(왼쪽)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자리를 안내하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국장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달리 북핵 협의 후 장관·대통령 면담 등의 일정을 갖지 않은 채 지난 22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북핵 수석대표 자격으로 방한했다. 하지만 공개된 후나코시 국장의 공식 일정을 보면 그와 만난 고위급 정부 인사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정도다. 정 장관과의 면담이나 청와대 예방 일정은 없었다. 
외교부장관 공관과 통일부, 청와대를 넘나들며 ‘광폭 행보’를 보인 김 대표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동선이었다.

 
외교부는 후나코시 국장이 정 장관을 만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호 일정이 맞지 않았다”고만 설명했다. 일본 측에서 정 장관과의 면담을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후나코시 국장은 21일 한·미·일 북핵 협의 후 곧장 이 국장과 양자 협의를 했고 이는 만찬까지 이어졌다. 정 장관은 그 사이 출국했다.  
 
그럼에도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의 주최국이었던 한국이 일본 대표는 소외시키고 미국 대표만 챙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것은 사실이다. 출국을 앞두고서도 시간을 쪼개 김 대표를 만난 정 장관이 후나코시 국장과 만날 20~30분은 내지 못했다는 설명도 외교가에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일은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손님 두 명을 집으로 초대해 한 명에게는 공깃밥만 내주고 다른 한 명에게는 진수성찬을 내준 것과 다름없는 차별 대우”라며 “한·일 모두 상호 대화나 소통을 기피하겠지만 한국이 북핵 협의의 주최국이었던 만큼 형식적으로라도 미국에 한 것과 동일한 면담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

최악의 한·일 관계, 한·미·일 협력 발목 잡나

지난 12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및 보건 역량 강화를 위한 확대회의 1세션에 참석한 문재인(왼쪽 둘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첫째) 일본 총리. 두 정상은 G7 정상회의 기간 수차례에 걸쳐 마주쳤지만 결국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를 놓고 한국 외교부는 실무선에서 잠정 합의한 정상회담을 일븐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주장하고, 이에 일본은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하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및 보건 역량 강화를 위한 확대회의 1세션에 참석한 문재인(왼쪽 둘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첫째) 일본 총리. 두 정상은 G7 정상회의 기간 수차례에 걸쳐 마주쳤지만 결국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를 놓고 한국 외교부는 실무선에서 잠정 합의한 정상회담을 일븐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주장하고, 이에 일본은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하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연합뉴스]

동시에 일본 측은 한국 정부 고위급 당국자들과의 만남을 원하지 않고, 한국은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자리를 만들지 않은 것 자체가 최악으로 떨어진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의 한·일 관계는 화해의 기회마저 위기로 만드는 국면에 이르렀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을 놓고 한국 측은 실무선에서 잠정 합의했으나 일본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애초에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맞받으며 갈등이 커지는 식이다.  
 
이런 상황은 한·일 간 양자 관계를 넘어 한·미·일 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삼각 협력의 한 축이 무너지기 직전인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이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3국 공조 자체가 한·일 모두 미국만 바라보며 협력을 외치는 반쪽짜리 공조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도 한·미·일 협력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이 새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축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며 한미일 협력 역시 '미완의 공조'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중앙포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이 새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축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며 한미일 협력 역시 '미완의 공조'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중앙포토]

이 때문에 미국은 당초 한·미·일 협력에 앞서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했으나 ‘이혼 상담사’를 자처한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에도 한·일 간 깊어진 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은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한·미·일 협력에는 충분히 동조하겠지만 한국과의 관계 개선 문제까지 관여하지 말라’는 취지의 입장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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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지금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한·미·일 협의에 나서는 형식적 제스쳐를 취하지만 실제론 미국과의 협력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라며 “한·미·일 협력이라는 틀 속에서의 한·일 모두 미국을 향해서만 구애작전을 벌이며 경쟁하고 있는 탓에 한·미·일 협력이 아무리 강화된들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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