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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불났다 하니 웃어" "사실 아니다"···화재신고 묵살 논란

중앙일보 2021.06.23 17:29
21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이천 쿠팡의 덕평물류센터 화재 관련 ‘최초 신고'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화재 발생 당일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B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보안요원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렸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쿠팡의 안전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물류센터의 보안 요원들은 "화재를 확인하고 근무자들의 대피를 지시했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화재 신고 묵살했다는 건 사실 아냐" 

23일 덕평물류센터 보안관리업체인 조은시스템 관계자는 “(화재 이후) 담당 보안요원들과 구체적인 면담을 진행한 결과 보안요원이 화재 신고를 묵살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은시스템은 인천공항 등 공항과 각종 물류센터의 경비 보안 및 시설 출입관제를 대행하는 업체다. 
 
조은시스템 측은 “화재 당일 1층 검색대에서 근무하는 보안요원 A씨가 한 근무자로부터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시 A씨는 '확인하겠습니다'고 한 뒤 물류센터 내 폐쇄회로TV(CCTV)를 지켜보는 조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장은 지하 2층 보안요원 및 CCTV 화면으로 화재 사실을 파악한 뒤 소방 당국에 신고하고 근무자들의 대피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신고 시간은 오전 5시 36분이었고, 쿠팡 측은 화재 신고자는 보안요원이라고 밝혔다. 
 
조은시스템 관계자는 "보안요원들은 이후 지하 2층 등에서 작업 중이던 차량의 작업을 중지시키고 물류센터로 들어오는 차량의 진입을 막았다"며 "소방차가 출동했을 때는 빨리 들어올 수 있도록 물류센터 외곽에서 차량을 유도하는 역할도 했다"고 덧붙였다. 
 
17일 오전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전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1층·지하2층 보안요원이 화재 신고 묵살" 

이에 앞서 화재를 처음 발견했다는 덕평물류센터 근무자는 다른 주장을 폈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 당일 근무자라는 B씨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17일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1층에서 근무 중”이었다며 화재 신고와 관련한 글을 올렸다. 
 
B씨는 “17일 오전 5시 10분~15분쯤 화재 경보가 울렸다"며 “다른 날처럼 화재 경보가 오작동했다고 인식했다”고 썼다. 그는 "오전 5시 26분경 1층 심야조 모두 퇴근 체크를 하고 1층 입구로 향했다"며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밑쪽에 이미 가득 찬 연기를, 화재 경보로 인한 센터 셔터문이 차단되고 있는 것 또한 함께 목격했다"고 했다고 했다.
 
B씨는 이후 "허브(HUB·분류 및 상하차 작업 부서) 쪽 동료들을 향해 미친 듯이 뛰고 손을 흔들며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불이 났다고) 소리쳤다"며 "(해당 층 보안요원에게도)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드렸다"고 했다. B씨는 하지만 "(보안요원이) 사람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면서 '불난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알아서 할 테니까 퇴근이나 하셔라. 어차피 화재가 맞아도 나가는 길 여기 하나니까 불났으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고 했다)"며 "다시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듣는 척도 안 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썼다. B씨는 "지하 2층 와처(보안요원)에게 또다시 화재 상황을 알렸고 조치 요청을 했다"며 "(보안요원은) 크게 웃으며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이 된다'(고 했다)"고 썼다.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 검토" 

보안요원 측은 B씨의 글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조은시스템 관계자는 ”해당 보안요원들은 교육받은 매뉴얼대로 행동했으며, 현재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은시스템 관계자는 “(당시 근무자들이 확인한 결과) 1층엔 연기가 없었다”며 “B씨의 주장대로 1층에서 연기를 목격했다면, 지하 2층 근무자들은 (1층 출입구를 통한) 대피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시스템에 따르면 덕평물류센터 각 층 입구엔 보안요원이 상주하는 검색대가 있다. B씨가 화재 연기를 목격했다는 1층의 계단과 보안요원이 근무하던 검색대는 약 200m 떨어져 있다고 한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물류센터 화재는 지하 2층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 2층은 주로 상하차가 이뤄지고, 지하 2층에는 차량을 통제하는 초소에 보안요원이 상주했다고 한다.  
 
2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2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현장 근무자 B씨와 보안요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현재 화재 초기 상황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물류센터 내 CCTV 영상 일부가 화재로 소실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한 CCTV 영상과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소실된 CCTV 영상도 복원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 현장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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