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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 죽음 몰고 간 이것은? 새우튀김"…퀴즈 소재로 쓴 KBS

중앙일보 2021.06.23 12:29
[사진 KBS시청자권익센터]

[사진 KBS시청자권익센터]

KBS 라디오 프로그램이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시달리던 점주가 뇌출혈로 숨진 사건을 퀴즈 소재로 활용해 비판에 직면했다.
 
KBS 쿨FM '황정민의 뮤직쇼'는 지난 22일 방송에서 "이것 한 개의 환불 다툼에서 시작된 싸움이 분식집 주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 공분을 사고 있다. 다음 중 이것은?" 이라는 퀴즈를 냈다.  
 
그러면서 답변 보기로 삶은 달걀과 새우튀김, 순대 염통을 제시했다. 진행자는 문제를 출제한 뒤 "퀴즈로 내도 되는 사안인가 많이 망설였다"면서 "이렇게 퀴즈를 통해서라도 많은 분이 이 내용을 알고 관심을 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풀어봤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KBS시청자권익센터에는 “퀴즈를 듣고 너무 놀랐다”며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는 명분으로 이 슬프고도 아픈 소식을 퀴즈의 소재로 사용하는 게 맞느냐”는 내용의 청원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유가족들은 그 상처와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정답자에게 선물을 주는 퀴즈의 한 소재로 이 사건을 치부한 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이 소식을 전하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이 청취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청원인은 “황정민 아나운서가 그렇게 신중하게 고민했다면 이 문제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막장'이라고 외치는 사회 속에, 매일 매일 우울한 소식을 접하는 이 시대에 이 문제는 제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고 적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KBS는 23일 공식 입장을 통해 "선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그 때문에 불편을 느낀 분들이 계시면 당연히 사죄드려야 한다"며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쿠팡이츠에 등록된 한 분식집 50대 점주는 고객으로부터 '새우튀김 3개 중 하나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배달한 지 하루가 지난 음식의 환불을 요구받았다.  
 
점주가 '전액 환불은 어렵고 1개 금액만 돌려주겠다'고 하자 고객은 쿠팡이츠 앱에 비방 리뷰를 남긴 뒤 점주에게 4차례 항의 전화를 했다.
 
점주는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환불 건에 대해 통화를 하다 갑자기 쓰러져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지난 5월 29일 사망했다.
 
해당 사건이 보도된 이후 ‘갑질’ 고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쿠팡이츠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형성되자 쿠팡이츠는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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