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악의 경우 -2·2% 역성장할 수도"···한은, 빠르게 쌓이는 가계빚 경고

중앙일보 2021.06.22 11:05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박구도 안정분석팀장,박종석 부총재보, 이정욱 금융안정국장, 이민규 안정총괄팀장. [사진 한국은행]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박구도 안정분석팀장,박종석 부총재보, 이정욱 금융안정국장, 이민규 안정총괄팀장. [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빠르게 쌓여가는 가계 빚에 연일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과도하게 늘어나는 가계 빚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며 국내 경제가 대내외 충격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내 경제가 -2.2%의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국회에 제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와 기업 부채의 합)의 비율은 216.3%다. 지난해 4분기(213.9%)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200.4%)보다 무려 15.9%포인트 늘었다.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는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경제성장률이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올해 초 민간신용은 9.4%로 큰 폭 상승했다. 반면 명목 GDP 성장률은 1.3%에 그쳤다.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도 104.7%로 전 분기(103.4%)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가계 빚이 경제 규모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가계 빚이 쌓이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지난 1분기 가계신용은 1765조원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9.5% 늘었다. 가계신용의 증가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1분기(4.6%)보다 크게 증가했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 투자 열풍 속 주택담보대출(8.5%)과 신용대출이 대부분으로 구성된 기타대출(10.8%)이 1년 전보다 늘어난 영향이다.
GaR 및 FVI.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GaR 및 FVI.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제 규모보다 빚이 지나치게 커지며 한국 경제의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는 등 금융시스템의 취약성도 증가했다.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 1분기 58.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41.9) 이후 꾸준히 늘어 17포인트 상승했다.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정욱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위험추구행태와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깊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잠재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 불균형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지는 금융 불균형은 실물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 대내외 충격에 따른 GDP 손실을 나타내는 지표인 ‘최대 예상 GDP 감소율(GaR)’은 지난 1분기 -0.75%를 기록했다. 현재 금융 불균형 수준에서 10%가량의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경제적인 충격이 생기면, 국내 GDP 성장률이 연간 -0.7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1.79%)보단 높지만, 같은 해 3분기(0.23%)와 4분기(-0.54%)보다 낮아진 규모다. 
금융불균형과 실물경제 간 관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금융불균형과 실물경제 간 관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금융 불균형이 이대로 지속하면 한국 경제에 미칠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금융 불균형이 향후 3년간 누적돼 FVI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73.6)과 유사한 68.1에 도달한다면 최악의 경우 경제성장률은 -2.2%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내려가고, 가계와 기업대출의 신용손실도 확대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보고서는 “금융 불균형이 상당 기간 지속한 만큼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누증될 경우 대내외 충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불균형이 더는 심화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정책대응 노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