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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미·중 신냉전, 변칙외교론 못 버틴다

중앙일보 2021.06.22 00:37 종합 30면 지면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벨기에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NATO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벨기에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NATO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된 국내 최대 이슈는 '웃프게도' 사진 편집 시비였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을 돋보이도록 남아공 대통령을 자른 사진을 내보낸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하나 해외 언론이 대서특필했듯,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안은 따로 있다. 바로 코앞에 다가온 미·중 '신냉전'이다.  

바이든, 6일새 세 번이나 중국 맹공
자기편 들라는 양측 압박 거세질 듯
온 나라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외교가 통일문제에 종속돼선 안 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G7 회의를 전후해 6일 동안 세 번이나 중국을 맹렬하게 때렸다. 첫 공격은 지난 8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발표된 반도체 등 4대 핵심 분야 전략 보고서였다. 반도체·건전지·희토류·제약 등 4개 분야의 공급망을 중국의 위협에서 지켜야 한다는 게 골자다. 두 번째 공세는 G7 회의 때 이뤄졌다. 바이든은 중국의 후진국 인프라 지원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맞서기 위한 '더 나은 세계 재건(B3W)' 계획을 제의해 공동성명에 집어넣었다. 중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뻗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세 번째는 14일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미국 주도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나토는 창설 이래 러시아를 주적으로 삼아왔다. 그랬던 나토가 중국을 가상적국은 아니더라도 요주의 국가로 찍은 것이다. 
주요 7개국(G7)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이 중국을 공격하자 시진핑 정권은 지난 15일 대만 항공식별구역(ADIZ)에 중국 군용기 28대를 띄우고 무력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중국 대잠공격기 Y-8 모습으로 이 군용기도 이번 무력시위에 참가했다. [EPA]

주요 7개국(G7)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이 중국을 공격하자 시진핑 정권은 지난 15일 대만 항공식별구역(ADIZ)에 중국 군용기 28대를 띄우고 무력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중국 대잠공격기 Y-8 모습으로 이 군용기도 이번 무력시위에 참가했다. [EPA]

이 같은 바이든의 강공을 두고 세계 언론은 '신냉전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시절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외교에 이어 안보로 번짐으로써 세계의 패권을 둘러싼 건곤일척의 대격돌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신냉전은 옛 미·소 간 냉전과는 다르다. 미·중이 경쟁국이면서도 경제적으로 깊게 얽혀있다.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의 대중 견제책에도 불구하고 올 1~5월 양국 간 무역 규모는 2790여억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3% 나 늘었다. 미·중 관계가 대결 양상으로만 치달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나토는 중국을 러시아 같은 적으로 안 본다"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국의 위협이 과장돼선 안 된다"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터라 신냉전이 어떻게 흐를지는 분명치 않지만, 격화될수록 자기 쪽에 서라는 한국에 대한 양쪽 압박이 거세질 것은 틀림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동맹 쪽에 서야 한다는 '미국 선택론', 어느 편인지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전략적 모호론', 사안별로 국제 규범에 맞게 대처하자는 '원칙론' 등 다양한 처방이 나온다. 모두 장단점이 있어 뭐가 최선이라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신중하게 방향을 정한 뒤 온 나라가 여기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 정권 외교를 보면 갈피를 못 잡겠다. 올 초만 해도 바이든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통화하는 등 친중 같던 정권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돌연 미국 쪽으로 돌았다. 미국의 중요성을 깨달아서가 아닌, 다른 복선이 깔린 듯 보여 왠지 꺼림칙하다. 
이 정권 초기,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만나 궁금했던 물음을 던진 적이 있다. "누가 외교를 결정하냐"고. 당시 '한·미 관계나 통일문제는 청와대 586들이 주무른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돌았던 탓이다. 그러자 "대통령이 워낙 꼼꼼해 외교·통일문제도 일일이 챙긴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는 못 믿었다. 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이 어찌 외교를 알겠느냐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젠 그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북문제에 집착한 문 대통령이 다른 외교마저 여기에 끼워 맞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국 외교가 이처럼 조령모개식으로 돌아갈 리 없다. 이게 사실이라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셈이다. 외교가 통일에 종속돼선 안 된다. 조바심 끝에 나온 원칙 없는 남북정책은 되레 통일의 적이다. 한반도 주변을 혼란에 빠트린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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