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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2011년과 2021년 평행이론

중앙일보 2021.06.22 00:35 종합 27면 지면보기
김형구 정치에디터

김형구 정치에디터

어딜 가나 이준석 현상이 화제다. 원인 분석과 해설도 다양하다. 호들갑스런 과잉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총의는 어느 정도 모아지는 듯하다. 이 현상의 발원지가 공정에 갈증을 느껴온 2030세대의 분노라는 점, 그리고 ‘디지털 네이티브’ 이준석 대표를 만나고 정권교체 열망이 합세하면서 위력을 키웠다는 점 말이다. 분노와 기대의 합작품인 셈이다. 한쪽에선 경쟁 만능주의라는 우려가 나온다. 궁극적 귀결점까지의 전망도 아직은 엇갈린다.
 

‘이준석 현상’ 부른 2030 공정 갈증
10년 전 ‘안철수 현상’ 데자뷔
내년 대선, 2012년 재연될진 미지수

여러 설(說)에 사족을 덧붙일 생각은 없다. 다만 여기서는 이준석 현상을 대하면서 떠오르는 기시감을 얘기하고 싶다. 인명(人名) 뒤에 붙는 ‘○○○ 현상’이 꼭 10년 전과 소름 끼치게 닮아서다. 10년 전에는 안철수 현상이 있었다. 2011년 안철수 현상과 2021년 이준석 현상. 이 둘의 부상 배경과 전개 과정을 하나하나 놓고 보면 마치 평행이론 같다.
 
우선 출발점. 안철수·이준석이라는 태풍이 각각 발원한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양쪽 다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로 들어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7년·2002년·2012년 대선 때 당선인과 2등 후보간 득표율 격차는 1.6%포인트, 2.3%포인트, 3.6%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2등과 벌린 격차는 22.6%포인트다. 전폭적 지지로 이명박 정부 탄생에 일조한 20대를 향해 친민주당 성향 평론가 김용민씨가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충남대 대학신문 기고문)고 책망한 게 2009년이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역시 2030세대의 몰표 덕에 2위와의 압도적 격차(17.1%포인트)로 정권을 잡았다.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 출범 초반에 치른 전국단위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2008년 총선 한나라당 과반 대승, 2018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17곳 중 더불어민주당 14곳 싹쓸이)을 거뒀다가 이후 여권의 독주가 민심 이반을 낳는 흐름도 닮았다.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 검찰의 전 정권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로 이어지자 사람들이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10년 뒤인 2019년엔 문재인 정부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이 ‘내로남불’의 역풍으로 돌아왔고, 지지층 이탈이 현상화됐다.
 
서소문 포럼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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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는 여기까지만이 아니다. 양 정부 공히 집권 후반기 돌발변수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단일화 관문을 통과하고 링에 오른 야당 후보(2011년 박원순 후보, 2021년 오세훈 후보)가 여당 후보(2011년 나경원 후보, 2021년 박영선 후보)에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둔 결과는 복사판 같다.
 
이명박 정부는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잘할 줄 알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소통도 취약했다. 여기에 실망한 2030 앞에 컴퓨터 무료 백신을 나눈 바이러스 전문가가 2011년 청춘 콘서트를 열며 나타나자 구름처럼 몰렸다. 안철수 현상의 등장 배경이다. 평등·공정·정의를 내건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지만 불공정에 실망이 쌓여온 지금의 2030은 이준석표 공정에 환호하며 국민의힘 입당 행렬로 팬덤을 증명하고 있다.
 
또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여당 내 야당’ 소리를 들은 대선 주자가 여권 대선 주자 중 뚜렷한 1강 구도를 그린다는 점도 비슷하다. 2011년 박근혜 후보가 그렇고, 2021년 지금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렇다.
 
놀라우리만큼 닮은 2007~11년, 그리고 2017~21년의 흐름. 그렇다면 2022년 대선은 2012년 대선의 재연이 될까. 예단할 순 없다. ○○○ 현상의 등장 과정에서 비슷한 점이 이렇게도 많지만 차이점도 없진 않다. 정권 말로 접어드는 시점의 대통령 지지율을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아직 의미 있는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 제1야당에 강력한 대선 주자가 10년 전(문재인 후보)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는 것 등.
 
다만 2012년 대선을 돌아볼 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 현상의 주축 세력과 또 다른 세력의 화학적 결합이 성공하지 못하면 정권 획득도 멀어진다는 거다. ‘뭉치면 산다’는 단순한 통설인데 뭉쳐도 잘 뭉쳐야 이긴다.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회복하기 힘든 상처와 앙금을 남겼다. 그래서 막판 단일화 합의에도 시너지 효과를 못 냈다. 현 상황에 대입해 보면? 이준석 현상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융합은 폭발력이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파열음이 커질수록 시너지 효과는 반감된다는 추론이 성립할 수 있다. 이준석 대표의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이 그리게 될 결말은 2012년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의 그것과 같을까, 다를까.
 
김형구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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