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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충격 안주려 전기료 동결…한전 -6.88% 주가 충격

중앙일보 2021.06.22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생활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뉴스1]

생활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뉴스1]

한국전력이 3분기(7~9월분) 전기요금 인상을 2분기에 이어 또 유보했다. 최근 고물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우려한 정부 요청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 등 인상요인 큰데
정부, 한전에 원가부담 떠넘겨
원가연계형 요금제 무산 우려도
“한전 부실 결국 국민부담 될 것”

21일 한전은 7~9월분 연료비조정단가를 이전과 같은 킬로와트시(㎾h) 당 ‘-3원’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앞선 1분기 유가 하락을 이유로 연료비를 ㎾h 당 3원 할인해줬다. 2분기부터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다시 오르면서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할인 금액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한전은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성 등을 고려해 3분기 조정단가를 2분기와 동일한 -3원/㎾h로 유지할 것을 (정부에)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조사 대상 품목 가운데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을 빼고 계산한 지난달 물가지수 상승률은 2.96%(이하 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2017년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를 개편한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달 통계청 소비자물가 조사에서 농축수산물(12.1%), 공업제품(3.1%)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도시가스(-10.3%), 지역난방비(-2.6%), 전기료(-2.1%)는 역주행했다. 원가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눌러왔기 때문이다. 한전이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찍어 누르기’와 별개로 소비자물가는 상승 기류를 계속 탈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공급 쇼티지(부족)로 식료품, 에너지뿐만 아니라 전방위적 물가 상승 압력이 상존한다”며 “2012~2019년 평균 1.3%를 웃도는 2% 내외 물가 오름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 해도 전기요금을 계속 묶어두기는 힘들다. 전기·가스료 책정의 기준이 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정부도 “4분기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 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연말로 갈수록 국제유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다 내년 대선이 코 앞이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 등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 자체가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명박 정부 때도 원가 연계형 요금제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고유가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요금 인상을 계속 유보하다 결국 최종 폐지했다.
 
한전 부담은 더 커졌다. 한전의 연료비조정단가 산정 내용을 보면 2분기에 ㎾h 당 2.8원, 3분기에 4.7원의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결국 한전은 총 7.5/㎾h의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혼자 지게 됐다. 유승훈 서울시립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은 요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 정도 요금 조정도 못 한다면 한전 적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설비 투자 부실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됐다는 소식에 이날 한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88% 떨어진 2만5050원에 마감했다.
 
세종=조현숙, 김남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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