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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 코로나 충격 후 2주만에 US오픈 우승 존 람

중앙일보 2021.06.21 11:49
존 람. [AP=연합뉴스]

존 람. [AP=연합뉴스]

잭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PGA 투어에서 권위 있는 대회다. 4대 메이저와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로 친다. 우승 상금도 167만 달러(약 18억9500만원)다.
 
존 람(27·스페인)은 지난 6일(한국시간) 메모리얼 3라운드에서 악몽을 겼었다. 그날 8언더파 64타를 치고 2위와 6타 차 선두로 나섰다. 전년도 우승자인 그가 타이틀을 방어하게 됐으니 더욱 큰 의미였다. 
 
그러나 라운드를 마치고 들어오는 그에게 방역 요원이 다가와 코로나 확진이라고 통보했다. PGA 투어의 방역수칙에 따라 확진자는 곧바로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 라운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존 람이 3라운드까지 18언더파를 쳤는데 우승 스코어는 13언더파였으니 더 억울했을 것이다.
 
그 존 람이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4언더파 67타, 합계 6언더파로 루이 우스트히젠(남아공)을 두 타 차로 꺾었다. 좀 람의 첫 메이저 우승이자, 스페인 선수의 첫 US오픈 우승이다.
 
17번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킨 후 포효하는 존 람. [EPA=연합뉴스]

17번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킨 후 포효하는 존 람. [EPA=연합뉴스]

확진 후 2주 만에 우승이다. PGA 투어는 격리가 10일이다. 존 람은그동안 2차례에 걸쳐 음성 판정을 받아 US오픈에 가까스로 출전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권위 있는 우승컵과 20억원에 가까운 상금을 날린 충격을 딛고 2주만에 우승하는 건 쉽지 않다.
 
존 람은 “긍정의 힘”이라고 했다. 그는 “2주 전 일을 겪은 후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US오픈이 열리는 토리 파인스는 우리 가족에게 아주 특별한 곳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자세로 임했다"고 말했다. 
 
람은 2017년 첫 우승을 이곳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했다. 마지막 홀 이글로 3타 차를 뒤집고 역전 우승했다. 부인에게 프러포즈를 한 곳도 여기다. 람은 "토리 파인스는 고향과 기후와 풍광이 비슷하다. 여기 올 때마다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라고도 했다.
 
경기 초반 리더보드에는 존 람 이외에도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로리 매킬로이 등 강호들이 득실거렸다. 그러나 어려운 후반 들어 선수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경기장에 스트리커까지 출현해 더 혼란했다. 
 
디섐보는 티잉그라운드에서 미끄러지고, 섕크를 내며 쿼드러플 보기를 하는 등 후반에만 8타를 잃었다. 맥캔지휴즈는 티샷한 공이 나무 위에 올라가 떨어지지 않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했다. 로리 매킬로이는 12번 홀 벙커 구석에서 친 공이 섕크가 나면서 더블보기를 했다.
 
 
존 람의롱게임은 거의 완벽했지만, 그린에서 운이 좋지 않았다. 토리 파인스 골프장은 그린이 울퉁불퉁해 잘 친 퍼트라도 반드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짧은 퍼트를 몇 개 놓쳤다. 그러나 불평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기적이 나왔다. 17번 홀과 18번 홀에서 람은 모두 5m 이상의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 버디 퍼트를 남겼다. 
 
잔디 상태를 봤을 때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두 홀 모두 들어갔다. 종일 평범한 퍼트를 넣지 못했던 그가 마지막 중요한 두 홀에서 클러치 퍼트를 넣고 포효했다. 13년 전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타이거 우즈가 마지막 홀 버디 퍼트를 넣고 포효하던 장면이 연상됐다.
 
람은 "마지막 두 홀의 퍼트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내 인생에서 쉽게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막상 이루고 나면 그 노력 때문에 더욱 기쁘고 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람은 첫 메이저 우승컵도 토리 파인스에서 안게 됐다. 지난 4월 아들을 얻은 람이 첫 번째 맞은 아버지의 날에 얻은 우승컵이다. 람은 “스페인에서 아버지가 와 3대가 함께 우승컵을 만끽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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