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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실익 없는 탈원전 정책, 폐기 공식화해야

중앙일보 2021.06.21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난해 4월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 국가 안보 확보 전략’이란 부제가 붙은 ‘미국 원자력의 경쟁력 회복’ 보고서를 공개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을 추구하고, 이 문제를 국가 안보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한다. 이 보고서에는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규모가 5000억~7400억 달러(566조~83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미국 상무부 전망이 적시돼 있다. 이러한 의도와 전망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과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중 이루어진 한·미 원전 동맹 합의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원전은 탄소 중립 실현에 필수
신한울 건설 재개해 생태계 살려야

원전 산업 기반이 붕괴한 미국은 자국 내 원전 건설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서도 우리나라 원전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원전은 수출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십조원 이상의 국부를 창출하고 고급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은 무지와 오인에 의해 시작되고 아집에 의해 추진되는 탈원전으로 인해 이미 상당히 몰락해 있다.
 
현 정권 초반 강력한 탈원전 기조 때문에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18년 23%로 대폭 저하됐다. 줄어든 발전량은 처음에는 석탄, 나중에는 LNG 발전 확대로 대체됐다. 이는 발전 비용 증가를 초래해 한전의 적자를 유발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의 대폭 증가를 가져왔다. 탈원전 부작용을 인식한 정부는 2019년부터 발전량을 늘려 지난해 원자력 발전 비중은 29%가 됐고, 올해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전의 재정 상태와 온실가스 감축은 상당히 호전됐다.
 
국제적 원자력 이용 증가 추세와 국내의 경제적·환경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불변을 강조하며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불허하고 있다. 탈원전은 국내 원자력 산업 생태계 몰락을 가속할 뿐 아니라 국민경제 부담을 가중한다. 탈원전 기조 아래서 LNG 발전 증가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한국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올 4월까지 LNG 발전 비중은 32%로 석탄·원자력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 경기 부진 여파로 LNG 도입 가격이 t당 393달러 수준으로 2019년의 505달러에 비해 22%나 하락했다. 올해 초부터 세계 경기가 회복되며 올해 1분기 LNG 도입가는 t당 461달러로 다시 올랐다. LNG 발전량 증가와 도입 단가 상승은 올 하반기 전기 요금 인상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연료비 연동 요금제가 이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은 전기 요금 인상을 원하지 않는다. 최근 ‘에너지정책합리화를추구하는교수협의회’ 주관 에너지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6%는 10% 이하의 전기 요금 인상만 감당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 이상 인상을 감당할 용의가 있는 국민은 14%에 불과하다.
 
미국과의 원전 동맹에서 유효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원전 산업계가 견실히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필수적이다. 이는 향후 해외 원전 건설의 징검다리 역할뿐 아니라 한국산 원전 도입 희망국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전기 요금의 대폭 인상 없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 이용은 꼭 필요하다. 탈원전 후 10차례 계속된 원자력 여론조사에서도 탈원전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 비율이 3분의 2 이상이라는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최근 시작된 탈원전 철회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제 실익 없는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공식화해야 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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