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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새 난청 유전자 변이 발견된 환자에게 인공와우 이식하니 음성 분별력 회복”

중앙일보 2021.06.21 00:01 건강한 당신 7면 지면보기
최병윤 교수, 이창준 단장 인터뷰

최병윤 교수, 이창준 단장 인터뷰

청각은 단순히 소리를 감지하는 것을 넘어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난청의 일종인 청각신경병증을 앓는 사람은 말소리 구별이 안 돼 단어·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청각신경병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난청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주목받았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을 만나 연구 성과를 들었다.
 

최병윤 교수, 이창준 단장 인터뷰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청각신경병증은 어떤 질환인가.  
“소리는 귀 속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외이를 통해 중이, 내이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 청각신경병증은 소리가 뇌로 보내지는 과정 중 어느 부분(내유모세포, 연접 부위, 신경원세포, 청신경 등)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소리 탐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말소리 구별(어음 변별)이 잘 안 되는 난청의 한 형태다. 소아는 OTOF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청신경이 거의 없는 경우 주로 발생한다. 성인은 좀 다르다. 원인과 양상이 워낙 다양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일반적인 임상 검사만으로 병변의 위치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은 보청기를 쓰다가 더는 청능 발달에 진전이 없을 때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는다. 그런데 청각신경병증 환자는 소리 감지 능력과 상관없이 말소리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청기가 소용 없다. 인공와우 이식을 해야 하는데 수술 후 말소리 변별 회복 정도는 병변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어디가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보니 수술 결과를 예측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수술을 선뜻 결정하기 힘들어 방치하다가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마저 떨어지게 된다.”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집안에 10명 이상 청각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달팽이관의 내유모세포 옆에 있는 지지세포에서 발현되는 ‘TMEM43’ 유전자다. 마침 중국에서도 TMEM43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가계가 있어 두 가계도를 분석해 TMEM43 돌연변이가 청각신경병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런 환자들의 치료 예후는 어떤가. 
“내유모세포나 그 주변부 이상인 경우 수술 경과가 좋은 편이다. 이번 연구에서 실제 세 명의 환자에게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한 결과, 수술 후 문장 이해 능력이 0%에서 1.5~3개월 만에 95%까지 향상되는 등 음성 분별 능력이 성공적으로 회복되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결과가 갖는 의미는 뭔가.
이전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난청 유전자를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그동안 조기 인공와우 수술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성인 청각신경병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잔존 청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말소리 구별이 거의 안 되는 사람은 청각신경병증을 의심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 수술 경과가 긍정적으로 예측된다면 적극적으로 인공와우 이식술에 나섰으면 좋겠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 단장
 
 
 
이번 연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2013년 달팽이관 관련 연구 논문을 한 편 낸 것이 인연이 됐다. 원래 뇌, 교세포 분야(Glial Biology)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궁극적으로 관심 있는 것은 인간의 뇌다. 임상 의사와의 교류가 중요한데 마침 함께 연구할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
 
 
생쥐 모델 실험을 했다고 들었다.
“먼저 환자군에서 다양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TMEM43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달팽이관에서 이 유전자 단백질의 위치와 병리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위해 TMEM43 돌연변이 유전자를 주입한 형질 변환 쥐를 만들었다. 쥐를 청력 테스트한 결과 실제로 청신경병증이 관측됐다. 이 생쥐 모델에서 면역 염색법 등을 통해 TMEM43이 내유모세포의 지지세포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와 동시에 정상 쥐는 성장하면서 내유모세포의 지지세포 크기도 점점 커지지만, 돌연변이 쥐는 커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TMEM43 돌연변이가 이 지지세포에 이상을 야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래 이 유전자는 어떤 기능을 하나. 
“내유모세포와 지지세포 간에는 이온 이동이 활발하다. 이때 세포와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단백질 복합체로 이뤄진 연결 구조 ‘간극연접’이 세포 간 이온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 TMEM43이 간극연접 기능을 조절해 달팽이관 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결국 TMEM43 변이가 생기면 달팽이관 내 항상성이 무너지게 된다. 그러면 지지세포와 내유모세포가 망가지면서 청각신경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결과가 환자 치료로 이어졌는데.
“TMEM43 돌연변이가 난청의 원인이라면 인공와우 이식이라는 정확한 치료 지표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이번 연구는 환자에게서 발견한 돌연변이 유전자의 위치와 기능을 동물 모델을 통해 밝힌 다음, 다시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적용한 사례다. 의사와 협력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기초·임상 공동연구가 좀 더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향후 연구 계획이 있다면. 
“추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더 많은 환자군을 모집함으로써 희귀 난청의 해결책을 마련할 길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TMEM43이 새로운 이온 통로라는 점, 난청 발생과의 인과관계 등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유전자 변이를 되돌리는 유전자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글=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사진=김동하·인성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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