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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희망의 빛 보인다

중앙일보 2021.06.21 00:01 건강한 당신 5면 지면보기
한설희 건국대병원 자문교수

한설희 건국대병원 자문교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일 ‘아두카누맙’이라는 획기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단백(Aβ)을 뇌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약이다.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치료제’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전문의 칼럼 - 한설희 건국대병원 자문교수

 
이 약은 근본적으로 Aβ에 대한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환자의 혈관에 주사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뇌 조직에 축적된 Aβ가 일시에 제거되면서 미세한 뇌혈관을 손상하는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치료 도중 뇌 자기공명영상(MRI)상 변화가 나타나면 투약을 중단해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로 살아 있는 환자에서 Aβ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사람을 선별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하기 이전에 미리 치료제를 투여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없앨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알츠히이머병 환자의 뇌 안에는 Aβ 이외에도 또 다른 신경세포 독성 물질인 ‘신경섬유원다발’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돼야 비로소 알츠하이머병의 정복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몇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이 약물은 뇌 안에 Aβ가 존재하며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만이 우선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치료 시작 전 뇌 안에 Aβ가 침착돼 있고 뇌혈관 병변이 없음이 확인돼야 한다. 둘째, 치료가 시작돼도 일정 기간마다 뇌 MRI를 촬영해 부작용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증상 없이 부작용이 진행될 수 있어서다. 셋째, 새로운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기존의 치료제 사용을 지속해야 하며 병의 진행 경과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큰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지만 결국 만만치 않은 진단·치료 비용의 문제가 떠오를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치료의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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