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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상하이문화원에 무슨 일이…法, 외교부 원장 인사 제동

중앙일보 2021.06.20 10:31
법원이 최근 주상하이총영사관 소속 주재관을 본국으로 조기 소환한 외교부의 인사 명령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행정부 고유의 인사권에 제동을 건 것은 이례적인 일로, 외교부는 이에 해당 인사 명령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주재관이었던 공무원은 즉각적인 복직을 주장하고 있다.
 

현지 직원들 징계 건의에 거꾸로 ‘원장 갑질’ 의혹 제기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지난 9일 김홍수(39) 전 주상하이한국문화원장(주상하이총영사관 문화홍보영사)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원(原)소속부처 복귀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본안(원소속부처 복귀명령 취소 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 복귀명령의 효력을 정지한 것이다.
 
재판부는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며, 처분의 효력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지난 9일 본국으로 조기 소환된 주상하이한국문화원장에 대한 외교부의 원소속부처 복귀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지난 9일 본국으로 조기 소환된 주상하이한국문화원장에 대한 외교부의 원소속부처 복귀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은 당사자인 행정청을 기속(羈束)하고, 행정청이 즉시항고 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정한 기한까지 유효하다(23조). 좋은 싫든 일단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즉시항고 등을 검토하며 이날 현재까지 김 전 원장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김 전 원장이 지난 3월 원소속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돌아간 지 9일 만에 주상하이한국문화원장 신규 임용 절차를 시작했다.
 

직원들 1년여 휴가 중…원장만 국내 소환 후 감봉 징계

사건은 김 전 원장이 문화원장에 취임한 201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원장은 취임 후 문화원 내 행정원 A, B씨의 근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고 한다. 두 직원이 다른 이들보다 지각이 잦고, 평일 연장근무 시간을 편법으로 채운 뒤 대체휴가를 사용하는 등 근태가 불량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A씨에 대한 불법채용 정황도 발견한 김 전 원장은 지난해 3월 이들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에 징계·계약해지를 건의했다. 재외 한국문화원의 경우 원장은 외교부 소속이지만, 기관 자체와 직원들은 문체부 소속인 이중 구조다.
 
A, B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김 전 원장이 평소 자신들에게 욕설과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주장하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시 피해자 보호 목적으로 주어지는 2주간 유급휴가를 떠난 뒤 1년 넘게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2019년 평일 연장근무로 인정받은 대체휴가를 사용하면서 1년 동안 각각 약 5000만원의 급여를 정상적으로 받았다. 반면, 김 전 원장은 해외문화홍보원의 전화·서면조사를 받은 뒤 외교부 감사관실의 조사결과 검토를 거쳐 지난 2월 징계가 청구됐다. 징계 청구 시 원소속부처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재외공관주재관임용령 11조 4항에 따라 지난 3월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한 채 귀임했고, 지난 5월엔 감봉 2개월을 받았다.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청사 전경. 뉴시스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청사 전경. 뉴시스

이 과정에서 산자부와 주상하이총영사는 김 전 원장과 두 행정원 사이에 있었던 일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문화원 직원들과 동료 영사는 그가 억울한 피해를 당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김 전 원장은 원소속부처 복귀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세 차례의 집행정지(앞선 두 차례는 각각 각하, 기각) 신청 끝에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그는 법원이 복귀명령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한 만큼 즉시 문화원장에 복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직 없이 대기발령 상태다. 그는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청심사도 청구했다.
 
김 전 원장의 변호인인 김정수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집행정지 결정을 따르지 않는 행정청에 대해선 벌칙 등 제재 수단은 없지만, 그에 반하는 행동은 당연히 무효”라며 “문화원장 복귀는 법상 해석의 여지가 없는데도 외교부가 법원 결정을 정면으로 농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법원 결정의 법률적 검토를 마치는 대로 합당한 조처를 하겠단 입장이다. 한편, 문체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은 문화원 직원들이 지난해 3월 행정원 A, B씨의 비위 등을 신고한 사건에 대해 뒤늦게 조사·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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