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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효과 4.2조 VS ‘휴일주도성장’ 신기루…'대체 공휴일' 명암

중앙일보 2021.06.20 08:01
지난달 5일 어린이날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이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5일 어린이날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이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우상조 기자

'빨간 날' 마다하는 사람 드물 것이다. 여론조사 업체 티브릿지코퍼레이션이 최근 성인 1012명을 설문한 결과 72.5%가 대체 공휴일을 늘리는 데 찬성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 4005명을 설문한 결과에선 89.1%가 “대체 공휴일 지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 올라탄 여당이 대체 공휴일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6월 임시국회에서 대체 공휴일 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법안을 시행하면 주말과 겹치는 올 하반기 광복절(8월 15일)ㆍ개천절(10월 3일)ㆍ한글날(10월 9일), 성탄절(12월 25일)에 대체 공휴일로 추가로 쉴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돌아선 민심을 얻고 싶은 여당,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야당 모두 큰 틀에서 합의한 만큼 국회를 무난히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 논리와 별개로 여당이 대체 공휴일 확대를 밀어붙인 근거는 경제 효과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체 공휴일을 지정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4조2000억원에 이른다”며 “하루 소비 지출만 2조1000억원이고, 3만6000여명의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 주장대로라면 하반기 대체 공휴일이 4일 늘어날 경우 16조원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체공휴 시행' 올해 남은 공휴일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체공휴 시행' 올해 남은 공휴일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지만 경제 효과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윤 원내대표가 앞세운 수치의 출처는 지난해 광복절 직후 대체 공휴일 지정을 앞두고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8ㆍ17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다. 보고서는 전체 인구 절반인 2500만명이 대체 공휴일에 쉰다고 전제했다. 여기에 소비자 물가와 과거(2011년) 연구원 조사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하루 동안 1명이 평균 8만3690원을 쓴다고 가정해 도출한 경제 효과다.
 
연구원은 대체 공휴일 지정에 따른 소비 효과가 숙박업ㆍ운송서비스업ㆍ음식업ㆍ오락문화서비스업 등 4가지 경로를 통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경로별 생산 유발액은 ▶숙박업 1조800억원 ▶운송서비스업 1조500억원 ▶음식업 1조5500억원 ▶오락문화서비스업 52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공휴일 소비의 낙수 효과를 직접 누리는 산업을 중심으로 예측한 결과다.
 
권태일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도 경기 불황 시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휴일을 늘린다”며 “관광ㆍ쇼핑 등에 따른 직접 소비뿐 아니라 휴식으로 인해 올라갈 노동생산성, 사회적 편익까지 고려한 무형의 가치를 따지면 경제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정 반대 취지의 보고서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휴일에 쉬느라 공장을 돌리지 못한 손해가 28조원, 휴일에도 계속 돌아가야 하는 공장의 경우 휴일 근로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지급해야 하고 퇴직금 부담이 늘어나는 등 4조2000억원이 더 든다고 가정할 때 대체 공휴일 하루 당 9조8000억원씩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2013년). 정부도 이런 이유로 9년 전 대체 공휴일 확대를 추진할 당시 법률보다는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상승 같은 반(反)시장적 노동 정책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 위기로 경영환경이 악화한 상황이라 대체 공휴일 확대가 오히려 고용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가 수출 동향 등 통계를 발표할 때 실제 일한 ‘조업(操業) 일수’를 따지는 건 하루 일하고 쉬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쉴수록 돈을 많이 쓴다는 논리와, 쉴수록 기업이 돈을 덜 번다는 논리는 둘 다 맞는 얘기지만 어느 효과가 더 큰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단적으로 서비스업은 대체 공휴일에 따른 효과를 직접 누릴 수 있지만, 제조업은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빗대자면 대체 공휴일 확대는 휴일을 늘리면 무조건 경제가 성장한다는 ‘휴일주도성장’에 가깝다”며 “휴일에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업종도 있지만 반대로 생산할 수 없어 감소한 부분을 차감한 순수 경제 효과까지 여당이 면밀하게 따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에도 상대적으로 잘 버틴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 영세 자영업자가 크게 타격을 입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계 주장은 모든 공장이 올 스톱한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다는 맹점이 있다”며 “현재 경제 상황을 넘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제 호황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이라고 본다면 대체 공휴일을 확대할 경우 공급자가 부담할 비용보다 수요를 진작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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