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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조만간 생각 밝힐 것” 윤석열 “입당 거론 예의 아냐”

중앙선데이 2021.06.19 00:24 741호 4면 지면보기
야권 대선 예비주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8일엔 범야권 대선후보군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접 입을 열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36세 제1야당 대표 선출 등 내년 대선을 8개월여 앞두고 정치 지형이 급변하는 조짐을 보이자 그동안의 관망 자세에서 벗어나 각종 현안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입 연 야권 대선 예비주자들
최 “여러 상황 신중하게 숙고 중”
법사위에서 정치 도전 내비쳐

윤 “국민 말씀 먼저 듣고 결정할 것”
‘전언 정치’ 논란 커지자 입장 표명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 원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 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해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동안 원전 조기 폐쇄에 대한 원칙적인 감사와 소신 발언 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랬던 그가 침묵 대신 ‘조만간’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여지를 열어 놓자 당장 야권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최 원장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정치 도전에 무게를 둔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어진 발언에서는 대선 출마 의지가 보다 분명하게 읽혔다.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이 직무를 마치자마자 출마하거나 재직 중 선거에 나간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바람직한 현상이냐’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 부분은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할 때였다. ‘이미 결심이 선 것 같다’는 박성준 의원의 질문에도 “여러 상황을 신중하게 숙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은 “정치 도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고 평했다.
 
최 원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세가 쏟아졌다. 소병철 의원은 “최 원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동안의 감사나 발언들이) 출마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지금까지 어떤 감사도 정치적 의도나 편향성을 가지고 실시한 적이 없다”며 “그런 염려를 포함해 모든 사항을 고려해서 생각이 분명히 정리된 후에 (대선 출마에 대해) 모든 분께 말씀을 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서 손뼉을 치고 있는 윤석열(가운데) 전 검찰총장. [뉴스1]

지난 9일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서 손뼉을 치고 있는 윤석열(가운데) 전 검찰총장. [뉴스1]

윤 전 총장도 이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나는 국민의 부름에 의해서 국민이 기대하는 일을 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라면서다.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이 본인 육성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언 정치’ 등 논란이 커지자 직접 나서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르면 이달 말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인 윤 전 총장은 “정치 참여 선언 후 (입당 여부 등) 행보와 관련해 각계각층의 의견과 국민의 말씀을 먼저 경청하는 게 도리”라며 “그런 뒤 어떤 식으로 정치 행보를 할지 결정하겠다. 이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권성동·정진석·윤희숙 의원 등과 연쇄 회동하고 장제원·유상범 의원 등과 통화하는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늘려 왔다. 여기에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도 입당 전망을 긍정적으로 밝히면서 “시기의 문제일 뿐 입당하기로 마음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국민의힘 인사를 만난 것으로, 반대 진영에 있는 분들도 만날 수 있다. 당분간 진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시간을 계속 가질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대선 출마=국민 봉사·일’이라고 표현하며 “대한민국 공직자라면 좋든 싫든 국민이 일을 맡기고 하라고 하면 거기에 따르는 게 맞다. 지금 그 길을 따라가는 중이며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나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달 말 정치 참여와 대선 도전을 정식 선언할 예정이며 날짜는 오는 27일 또는 그 이후를 검토 중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엔 “내가 갈 길만 가겠다.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이 대변인 전언)는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의 주변에서 입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계속되자 “전언 정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도 이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 혼선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 측은 “입당 여부는 추후 판단할 문제”라는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직접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에 대한 도리·예의’까지 거론하며 국민의힘과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입당을 둘러싼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밀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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