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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 잡아야 대선 승리”가 “부자 감세” 눌러

중앙선데이 2021.06.19 00:20 741호 5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앞줄 왼쪽 셋째와 둘째)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앞줄 왼쪽 셋째와 둘째)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18일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민생을 강조하며 취임한 송영길 대표가 한 달 넘게 공을 들인 내용이다. 송 대표는 취임 직후 당 부동산 특위를 재편한 뒤 5선 중진 김진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위원장은 4·7 재·보선 참패의 주된 원인으로 부동산 민심 악화를 꼽으며 세제 완화를 주장해 왔다.
 

민주당, 부동산 세제 완화안 표결로 채택
“종부세 가혹” vs “정책 기조 훼손”
PT 대결에 3시간 찬반 토론까지

송영길 공들인 사안 통과됐지만
향후 당내 갈등 부담될 가능성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 후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종부세·양도세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표결을 실시한 결과 양도소득세 비과세 상향안과 종부세 2% 기준안이 과반을 득표해 다수안으로 확정됐다”며 “이는 당론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율은 82.3%로 최종 집계됐다. 구체적인 표결 결과는 밝히지 않았으나 “충분한 다수안으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당내에서 종부세·양도세 문제는 비교적 반대가 덜했던 재산세 완화와 달리 여러 반대에 부닥쳐 왔다. 고가의 주택 또는 주택 소유자에게 적용되는 세제라는 점에서 “집값 폭등의 최대 피해자는 무주택자인데 왜 부자 세금부터 깎자고 하느냐”(진성준 의원)는 비판이 특위 출범 전인 지난 4월부터 제기됐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애초 노무현 정부 때 초호화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세제인 터라 ‘종부세 완화=부자 감세’라는 인식이 반대 측 논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정책 의총에서도 이런 논리가 강하게 제기되면서 개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부동산 특위와 이를 지원하는 송 대표가 특위안 관철을 주장했지만 친문 성향 의원들 모임인 ‘민주주의 4.0’ 등 소속 의원 60여 명은 지도부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민주당의 이날 종부세·양도세 완화 결정도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정책 의총 인사말에서 “표결 준비까지 다 해놓고 있다”며 결론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한 방송사가 생중계하기로 했던 의총은 윤 원내대표 발언 이후 갑작스레 전면 비공개로 전환됐다.
 
전날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민심”이라고 적시된 보고서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돌렸던 김 위원장은 이날 “현행 종부세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가혹한 측면이 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재차 배포한 뒤 직접 프레젠테이션(PT) 발제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4·7 재·보선에서 서울 89만 표 차, 부산 43만 표 차, 총 132만 표 차로 졌다. 내년 대선에도 서울·부산에서 100만 표 이상 지면 이길 수 있겠느냐”며 부동산 세제 완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반대 입장 PT는 친문 성향인 진 의원이 맡았다. 진 의원은 “종부세·양도세 완화론은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훼손하고 집값 폭등에 절망하고 있는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 무주택 888만 가구의 좌절과 분노를 헤아려야 한다”며 “종부세 면세 대상이 되는 소유자는 9만여 명인데 이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정말 100만 표가 돌아오느냐”고 지적했다.
 
발제 후엔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찬성 측에선 민병덕·박성준·유동수 의원이, 반대 측에선 김종민·신동근·오기형 의원이 나섰다. 찬성 측은 “조세 제도가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공격한다고 받아들여진다면 지지 철회는 불 보듯 뻔한 것”(박성준)이라고 주장했고, 반대 측은 “선거를 부동산 때문에 졌다고 판단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건 정책 일관성과 맞지 않는다”(김종민)고 반박했다.
 
3시간이 지나도록 좀처럼 의견이 모이지 않자 표결에 부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표결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책을 다수결로 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송 대표는 “의견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표결은 하자”며 ‘표결 강행’ 승부수를 던졌다. 개표 결과 부동산 세제 완화안은 당론으로 채택됐다.
 
송 대표의 승부수가 통하면서 민주당은 4·7 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동산 정책 변경에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송 대표가 5·2 전당대회에서 부동산 정책 변경을 내걸고 당선된 지 한 달 반 만이다. 당내에선 “당이 ‘우리만 옳다’고 고집부리던 모습에서 탈피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 “송 대표의 리더십이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토론과 표결 과정에서 나타난 당내 갈등은 향후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선거 패배 후에도 정책의 선명성과 연속성만 강조하는 의원이 생각보다 많았다”며 “이런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 부동산 특위가 지난달 확정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안을 발표 20여 일 만에 뒤집은 것도 논란거리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안에 대해 “정부와 같이 논의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책을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부동산 특위가 기존 아파트에 이어 다가구·다세대 주택까지 임대사업자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로 한 걸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이는 자동 말소 후 6개월 내 집을 팔지 않으면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 수석대변인은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해 더 얘기하면 혼선만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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