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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봉투 없고 흡입력 강력, 천장 거미줄까지 싸악~

중앙선데이 2021.06.19 00:21 741호 22면 지면보기

[쓰면서도 몰랐던 명품 이야기] 다이슨 V15 무선 청소기

다이슨 V15 무선 청소기

다이슨 V15 무선 청소기

우리 집은 여간해서 가전제품을 잘 바꾸지 않는다. 세탁기와 김치냉장고는 이십 년째 쓰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산 냉장고와 에어컨은 작년에야 절전형으로 바꿨다. 살 때 좋은 것을 사서 뽕 뺄 때까지 쓰는 걸 미덕으로 삼고 있다. 작가의 시원찮은 벌이 탓에 새것을 탐하면 부도덕한 일이라 여기는 마나님의 고마운 심성도 한몫한다.
 

배터리 용량 1시간 버티게 넉넉
무게 적당하고 손에 착 감겨 편해

속이 다 보여 빨아들인 먼지 직관
청소가 게임하는 것처럼 느껴져

하지만 청소기 하나는 예외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갈아치운 청소기가 7대가 넘었다. 강력한 흡인력을 자랑한다는 광고에 혹해서, 노란색 디자인이 끌려서, 충전식이라, 물걸레를 쓸 수 있어서, AI 기능의 청소 로봇이라 사들였다. 이것도 성에 안 차 정전기 청소포를 끼워 쓰는 수동 밀대까지 쓴다.  
 
유난스럽게 청소기를 바꿈질하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깔끔해도 너무 깔끔한 마나님 때문이다. 치우지 않아 땟국이 흘러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나다. 이런 서방과 사는 마나님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자신이 세 번 씻고 옷 갈아입을 때 겨우 한 번 씻고 입을까 말까 한 비대칭의 천성은 비교되기 십상이다. 결혼 이후 나는 ‘더럽다’가 아닌, “드러워도 너무 드러운 남자”로 취급됐다. 모진 잔소리와 구박에 시달리면서도 내 습성은 버리지 않았다. 나는 나다.
 
나이가 더해지니 슬슬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오기로 버티며 사는 일이란 얼마나 힘든가. 적어도 쓸데없는 반항은 하지 않기로 했다. 마나님의 청소에 적극 협조하기로 마음먹었다. 솔선해서 청소기를 돌리고 구석구석 닦는 일이 슬그머니 나의 할 일로 자리 잡았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잘해야 돋보이게 마련이다. 마음에 쏙 드는 첨단 청소기의 필요를 떠올리게 된 이유다.
 
1 다이슨 V15 디텍트 컴플리트. 2 흡입된 먼지 입자의 크기별 개수를 보여주는 LCD 화면. 3 보이지 않던 먼지를 보여주는 레이저 디텍트 기술. [사진 다이슨]

1 다이슨 V15 디텍트 컴플리트. 2 흡입된 먼지 입자의 크기별 개수를 보여주는 LCD 화면. 3 보이지 않던 먼지를 보여주는 레이저 디텍트 기술. [사진 다이슨]

기존 진공청소기의 구조와 방식은 크게 바뀐 게 없다. 모터의 힘으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거다. 본체와 흡입구는 호스로 연결되고 바퀴를 달아 이동하는 방식이 얼마 전까지 대세였다. 이후 전선을 없앤 충전식이 나왔다. 이전보다 무게도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해졌다. 다음에 나온 게 스스로 바닥을 기며 청소하는 로봇이다. 우리 집에선 발발이로 부른다.
 
써보니 모두 장단점이 있다. 바퀴 달린 청소기는 흡인력은 크나 호스와 전선의 거추장스러움을 피할 수 없다. 무선청소기는 휴대성은 높으나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흡인력이 시원치 않다. 청소 로봇은 편리하긴 하나 바닥 청소 이외엔 써먹을 데가 없다. 각 방식의 아쉬움은 급기야 손으로 닦아내는 거로 마무리 짓게 된다.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사람의 잔 손질은 여전히 필요했다.
 
기존 청소기의 근원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어떤 방식이건 빨아들인 먼지를 모아 두는 봉투를 없애지 못하는 점이다. 게다가 먼지 봉투 갈아 끼우는 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저분한 봉투를 보이지 않게 숨겨놓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어쩌다 커버를 열어보면 기겁할만하다. 부풀어 탱탱해진 봉투 속 오물을 보는 순간 욕지거리 나지 않는 이 있을까. 끄집어내다 봉투가 터져 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강한 흡인력만큼 깨끗하게 청소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비워지지 않은 먼지 봉투 때문이었다. 빨아들인 먼지는 눈에 보여야 한다. 눈에 띄어야 바로 비우게 된다. 거리의 쓰레기도 길가에 내놓은 것부터 치우지 않던가. 게다가 먼지를 버릴 때 손에 닿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제가 버린 쓰레기조차 만지고 싶지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렇듯 사소하게 보이는 청소기의 먼지 봉투를 없애려는 사람이 있었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제임스 다이슨이다. 뼛속까지 엔지니어인 그의 관심은 먼지 봉투 없는 고성능 청소기를 만드는 거였다. 쉽지 않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30년 동안 먼지와 씨름했던 이력을 흘려버려선 안 된다. 개선이 아닌 새로운 전형의 본격 무선 청소기가 그의 손에서 나왔던 건 우연이 아니다.
 
다이슨 청소기는 속이 들여다보인다. 빨아들인 먼지의 직관적 처리가 이루어지는 바탕이다. 손에 묻지도 않는다. 먼지 흡입부와 일자로 이어진 본체의 효율도 높다. 충전 배터리를 쓰는 모터의 흡인력이 이전의 것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손으로 들고 쓰는 만큼 적당한 무게로 이 정도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본체와 연결된 여러 흡입구를 쓸 때 무게 중심이 어긋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손에 착 감기는 비결은 수없이 시도해 본 이의 확신을 담아 놓아서다.
 
차 안의 시트를 청소하거나 바깥에서 쓰다가 배터리가 방전되면 낭패다. 1시간 정도는 버티는 용량의 배터리여야 한다. 천이나 펠트 같은 소재에 묻은 먼지도 털어내려면 브러쉬가 풍부해야 한다. 쉽게 탈착되고 관절 마냥 부드럽게 작동해야 한다. 컴컴한 구석이나 틈새를 들여다보도록 불빛도 비췄으면 좋겠다. 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게 마련이니까. 미세 먼지까지 빨아들이는 성능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이런 요구를 충족시킨 청소기가 다이슨 V15다. 청소기가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확인된다. 쓰다 보면 무심코 내뱉게 되는 불만을 흘려버리지 않는 디테일의 실현이다. 가려운 등을 긁어달라고 부탁할 때 “중지와 검지 약지의 손톱을 곧추세워 아프지 않을 정도로 세게” 같은 주문을 해결해 줬다고나 할까.
 
주문한 V15를 작업실에서 받았다. 집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청소를 해야 한다. 방문객들, 인터뷰를 위해 찾아오는 유튜버, 방송국 사람들을 그냥 맞을 수 없다. 우연히 천장 모서리에 쳐진 거미줄이 눈에 뜨였다. ‘사람 사는 곳에 거미줄이라니’ 아무리 드러운 남자라도 놀라는 건 당연하다. 천장의 먼지를 빨아들일 브러쉬를 달고 휘둘렀다. 청소기는 마치 영화 ‘고스터버스터’의 화염방사기 같았다. 스위치를 누르자 온갖 먼지를 다 빨아들일 듯한 기세로 힘이 넘친다. 손이 닿지 않아 18년간 방치된 사각지대의 거미줄까지 싸악 빨려 들어갔다. 속이 다 후련했다.
 
녹색의 레이저 불빛이 비춘 마룻바닥은 보이지 않던 먼지로 자욱했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단번에 빨아낸 먼지는 성분까지 그래프로 보여줬다. 청소하는 일이 게임같이 느껴졌다. 기존 진공청소기가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았다. 청소기의 현재를 확인하고 싶다면 V15가 제격이다. 단 너무 깔끔한 이들에겐 비추다. 보고 싶지 않은 먼지가 계속 눈에 띄니까.
 
윤광준 사진가  
충실한 일상이 주먹 쥔 다짐보다 중요하다는 걸 자칫 죽을지도 모르는 수술대 위에서 깨달았다. 이후 음악, 미술, 건축과 디자인에 빠져들어 세상의 좋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게 됐다. 살면서 쓰게 되는 물건의 의미와 가치를 헤아리는 일 또한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한다. 『심미안 수업』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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