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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던 줌·구글 유료화 되면…쌓아둔 데이터 어쩌나

중앙일보 2021.06.18 06:10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사람들은 슬슬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사이에 우리를 ‘뉴노멀’로 이끈 요소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대면 활동들이다. 수업, 업무, 공연, 만남 할 것 없이 많은 것들이 화상회의 플랫폼과 클라우드 공유 폴더에서 벌어졌다. 

유재연의 인사이드 트랜D

 

이제는 돈을 낼 때입니다

이런 가운데 무료로 쓰이던 많은 플랫폼이 유료화 전환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은 오는 8월부터 유료화가 예정돼 있다. 이전까지는 교육계정에 대해 ‘40분, 100명 제한’을 풀어 주었지만, 이러한 혜택이 사라지는 것이다. 교육기관 모두 8월부터는 돈을 내야 이전에 누렸던 혜택을 이어갈 수 있다. 
 
 
구글의 교육용 워크스페이스(구 G Suite for Education) 또한 교육기관에 대한 무제한 용량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7월부터는 기관당 100TB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구성원이 2만 명 이상인 대학교에 대해선 추가 용량 제공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추가 용량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며, 관련 세부 정책 발표 시기도 꽤 늦다고 보고 있다. 2019년부터 해당 서비스를 쓰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경우 이미 7000TB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해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되면서, 많은 교육기관이 속속 구글 워크 스페이스 등 무료 플랫폼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어 곳곳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팬더믹 상황 속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 현장에는 많은 ‘공짜 툴’이 추천됐다. 마침 기업들도 팔 걷고 혜택을 베풀었다. 그 사이 기업에는 각종 데이터가 쌓였고, 이용자들은 편의를 누렸다.  
 

“데이터 너무 많아 옮기기 힘들어요”

일단 이용자 입장에서는 유료로 플랫폼을 계속 쓰든,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나든 해야 한다. 현 30, 40대 한국인이라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데이터 이동)의 어려움을 한 차례 크게 앓아본 적이 있다. 한때 싸이월드가 문을 닫는다고 했을 때, 사진과 일기장, 게시판 등에 담긴 자신의 디지털 기록을 죄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가며 USB 곳곳에 담아본 것이다. 코딩에 능숙한 사람들은 이를 크롤링(프로그래밍을 활용해 자동으로 데이터 긁어모으기)하기도 했지만, 데이터 형식이 중간에 바뀌어 중간에 오류가 나는 일도 많았다.
 
 
클라우드로 오면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일단 클라우드에 올라가는 파일 용량 자체가 꽤 크다. 만일 개인적인 이용을 위해 스마트폰 사진첩과 연동이라도 했다면, 파일들이 꽤 고용량 고화질임을 알 수 있다. 내 컴퓨터에 따로 다운받아 저장하는 시간도 꽤 걸릴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쓰는 디지털 교과서 PDF 파일 또한 고해상도인 데다 장수도 많고, 교과서 책 자체도 많다. 데이터양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난감한 것은 이미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의 이용 행태다. 공유 드라이브로 파일을 내려받고, 화상회의 화면에 곧장 PPT를 띄워 이야기를 나누던 익숙한 일상이 이제는 모두 돈 드는 일이 됐다.  
 
데이터 감수성 높아져… ‘강력한 무브먼트’ 예고
당연히 이용자들 사이에선 반발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쓰면서 양질의 데이터가 모였을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업체들은 서비스 개선을 해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T맵 유료화에 대한 뉴스가 한창 떴을 때도 사람들은 ‘우리의 운전 데이터를 모아 더 좋은 지도를 만들어 놓고 과금을 한다’며 반발했다. 다행히 T맵 앱의 사용 자체가 유료가 되는 것이 아니었고, 앱을 쓰는 동안 드는 데이터에 대한 과금 이슈로 알려지면서 소소한 오해는 풀렸다.
 
이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의 데이터에 대한 감수성과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에 대한 리터러시가 상당히 높아졌다. 이미 2018년부터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강력하게 시행해 온 유럽의 경우, 다국적 대기업들에 대해 시민의 데이터 활용을 비교적 꼼꼼하게 규제해 왔다. 이와 맞물려 시민 사회에서도 개인 데이터를 멋대로 사용하는 업체들에 대해 나름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데이터 레버리지 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기술은 인간이 만드는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으니, 결국 권력은 인간 사용자에게 있다는 개념이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①개인의 소셜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서비스를 아예 쓰지 않거나, ②일부러 가짜 데이터를 올려 독을 타거나, 혹은 ③경쟁업체에 데이터를 몰아주는 식의 행동들(movement)이 제시되고 있다.  
 
 

결국 투명성이 답

기업 차원에서는 내부 윤리그룹을 두고 투명성을 높이는 쪽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알고리즘이 개발되면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쓰였는지, 어떠한 조건에서 작동했는지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알릴 수도 있고,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쓰였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이다. 구글의 윤리 파트에서는 알고리즘 모델 개발 시 ‘모델 카드’라는 규범 일지를 제시할 것을 권장한다. 해당 모델이 어떻게 쓰일 수 있고, 한계가 무엇이며, 윤리적인 이슈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상세히 기록해 공개하는 것이다. 모델카드 개발의 시작이 유료 과금에 대한 근거자료 확보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일의 설명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러한 투명성의 확대는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서비스에 대한 지불 및 결제 이슈는 늘 복잡하다. 사용자가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데이터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요즘에는 서비스 이용 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기브 앤 테이크’에 더욱 민감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전반에 대해 더욱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얼마나 쓰이는지, 제공하는 서비스가 얼마나 지불할만 한 실용적, 윤리적 가치가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유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우리 것을 안 쓰고는 못 배길 것’이라는 밀어붙이기는 더는 통하지 않는 시절이 됐다. 
 
 
 중앙일보와 JTBC 기자로 일했고,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미지 빅데이터분석, 로봇저널리즘, 감성 컴퓨팅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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