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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미국이 외교에 쏟는 정성을 배워야”

중앙일보 2021.06.18 00:26 종합 28면 지면보기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워싱턴 외교가는 ‘외교의 달인’ 대통령이 나왔다며 반겼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재직 36년 중 외교위원장을 포함해 오랜 기간 외교위에서 활동하고, 부통령 8년간 대외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외교 경험 있는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1989년 조지 H W 부시 이후 30여년 만이었다.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는데,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을 지켜보며 바이든 정부의 외교력을 실감했다.
 
7박 8일 유럽 순방 일정은 유기적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서사가 있었다. 목표는 구체적이었고, 메시지 전달은 효과적이었다. 바이든이 직접 밝힌 목표는 “동맹을 강화하고, 유럽과 미국이 단단하다는 것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에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연설했고, 몸소 ‘인싸(무리에 잘 섞이는 사람)’답게 행동했다.
 
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도덕적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첫 일정으로 잡았다. ‘생각이 비슷한’ G7을 설득해 공동선언문에 처음으로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하는 문구를 넣었다. 일본이 빠진 G6가 영국에서 벨기에로 넘어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열었다. 나토 30개국 역시 공동선언문에 처음으로 중국을 “동맹이 함께 해결해야 할 도전”으로 적시했다.
 
유럽연합(EU)과 정상회의에서 해묵은 통상 분쟁을 일부 해소했다. 동맹끼리 갈등할 게 아니라 합심해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는 배경 설명이 나왔다. 세 행사를 통해 중국을 향한 포위망을 구축했다.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고, 미·중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표현대로 “순풍에 돛을 달고” 러시아와 담판에 돌입했다. 동맹 수십 개국을 등에 업은 바이든이 ‘나 홀로’ 푸틴을 상대하는 구도가 짜였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유럽 국가 모두, 전적으로 바이든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중국을 보는 시각이 미국과 같지 않다는 ‘고해성사’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격동의 4년을 보낸 유럽이 바이든에게 환영 선물을 준 측면도 있다. 바이든도 정성을 들였다. 일주일 새 따로 만난 정상급 지도자만 21명을 넘는다.
 
같은 기간 문재인 대통령도 유럽 3개국을 순방했다. 수교를 기념하고, 식사를 나누고, 문화를 탐방하며 우정을 다지는 것도 외교의 역할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썼듯 “우리보다 훨씬 크고 강한 나라인데도 그들이 외교에 쏟는 정성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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