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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승우야 승호야, 끝이 아니야

중앙일보 2021.06.18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백승호(왼쪽)와 이승우는 24세 이하 선수 중 가장 화려한 선수 경력을 자랑하지만, 도쿄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다. 둘은 좌절하지 않고 의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백승호(왼쪽)와 이승우는 24세 이하 선수 중 가장 화려한 선수 경력을 자랑하지만, 도쿄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다. 둘은 좌절하지 않고 의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다음 달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남자축구에서 이승우(23·신트트라위던)와 백승호(24·전북)는 볼 수 없다. 김학범(61)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올림픽팀 2차 소집훈련 대상 선수 23명을 발표했는데, 두 사람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달 말 발표하는 최종 엔트리 18명은 2차 소집훈련 참가자 중에서만 뽑는다. 올림픽 출전 가능 나이(24세 이하) 선수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 두 사람이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소식이다.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 탈락
이승우, 좌절 대신 감독 판단 인정
꾸준히 뛰며 주전 경쟁 이겨라

 
두 사람이 빠진 게 가나와 두 차례 평가전(1차전 3-1승, 2차전 2-1승)에서 이들이 보인 경기력 때문이라고 단정해선 곤란하다. 김 감독은 가나전에 앞서 “훈련 프로그램을 체력 위주로 짰다. 체력을 바닥까지 떨어뜨린 뒤 선수들이 실전에서 어떻게 극복하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극복’이라는 단어가 정성적인 것처럼 들려도 현대 축구에서는 지극히 정량적 개념이다. 최고조로 치솟은 심장박동이 정상 상태로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뛴 거리가 늘면서 평균 심장박동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두 선수가 제외된 건 평가전 내용 뿐만 아니라 훈련까지 포함한 데이터 값에서 김 감독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두 선수의 커리어 로드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승우는 연령별 메이저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모두 출전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인터뷰마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지낸 내게 태극마크는 특별하다. 국가에서 불러준다면 언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하지만 마지막 퍼즐이랄 수 있는 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했다.
 
백승호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회 직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병역을 해결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인 도쿄올림픽마저 인연이 닿지 않았다. 유럽 진출 재도전을 꿈꾸는 백승호에게 병역은 당분간 무거운 숙제가 될 것 같다.
 
좌절감이 클 텐데, 다행히 두 선수 모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우는 “속상하고 힘든 날이지만, 나보다 컨디션 좋은 선수가 (도쿄에) 가는 게 맞다. 감독님 선택이 옳다. 이젠 팬 입장에서 응원하겠다”고 썼다. 백승호는 “항상 그랬듯 무언가 끝나면 또 새로운 시작이 있다. 또 한번 잊고 싶지 않은 하루”라고 토로했다. 두 선수 모두에게 많은 팬들이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올림픽 출전 불발이 그저 ‘실패’로 남지 않으려면, 두 선수는 오늘의 아픔을 내일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적을 모색하는 이승우는 모든 조건을 떠나 ‘꾸준히 뛸 수 있는 팀’을 찾는 게 급선무다. 전북에 자리를 잡은 백승호는 팀 내 국가대표급 동료들과 경쟁부터 이겨내야 한다. 두 사람 다 이제 20대 초중반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여전히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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