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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윤석열 수사, 대선개입 논란 없게 하겠다”

중앙일보 2021.06.17 20:20
6월 17일 김진욱 고위공직자수사처 처장. 뉴스1

6월 17일 김진욱 고위공직자수사처 처장.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는 대선 개입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시점에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서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어떻게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수사 내년 2월 전 끝내나

김 처장은 이날 오후 5시 정부과천청사 5동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 중인 윤 전 총장 사건에 대해 “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선거에 영향이 있느니 없느니 논란이 안 생기도록 저희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5일 관훈클럽 주최 포럼에서 했던 발언을 되풀이하면서다. 당시 김 처장은 “선거에 임박해서 수사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선거 ‘임박’의 기준을 후보 등록일 이후로 볼 수 있다면서다.
 
대선 후보 등록은 2022년 2월 13~14일 진행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윤 전 총장 수사를 완료해 대선 개입 논란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6월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6월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미 논란…김기현 “야수처(野搜處)” 

그러나 이미 대선 개입 논란이 불거져 있다는 게 문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야권 수사하려고 밀어붙인 공수처에 딱 맞는 짓이다”라며 “사실은 야권 수사하는 야수처(野搜處)라는 흉계(凶計)가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가 어떤 액션을 하든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공수처가 윤 전 총장 소환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면 “야권 유력 주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기소한다면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거꾸로 수사가 지연되거나 불기소 처분을 하면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는 여권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간담회 직후 공수처 대변인실은 “김 처장은 윤 전 총장 수사 종료 시점과 관련해 특정 시점을 언급한 사실이 없고 책임 있게 진행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에 첫 사과

이날 간담회에서 김 처장은 지난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논란과 관련 “공수처 출범 과정에서 시행착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공정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게, 무겁게 일 처리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해당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한 건 처음이다.
 
간담회에선 공수처가 1호 수사 대상으로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해직교사 특혜 채용 의혹’을 선정한 배경도 언급됐다. 김 처장은 근본적인 수사 착수 이유에 대해 “감사원의 수사 의뢰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수사 의뢰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인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4월 23일 국가공무원법상 시험·임용방해 혐의로 조희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이 처음 불거졌다. 경찰 고발 당일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감사원이 보낸 수사 참고자료(감사보고서·경찰 고발장 등)를 읽고선 직권남용 혐의를 인지해 4월 28일 별도로 수사에 착수했다(사건번호 ‘2021년 공제 1호’). 경찰 고발장 말미에 ‘참고사항’으로 “직권남용 등 범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필요”라고 언급된 부분이 수사 착수의 단서였다.
 

김진욱 “감사원이 수사의뢰”…감사원 “한 적 없다”

문제는 공수처가 감사원의 직권남용 혐의 관련 코멘트에 대해 바로 “감사원이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의뢰한 것”이라고 해석한 데서 비롯된다.
 
김 처장은 “감사원이 시험·임용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날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의뢰를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복 수사 우려가 불거졌고, 경찰에 고발된 시험·임용방해 혐의보다 공수처에 수사 의뢰된 직권남용 혐의가 무겁다는 판단 아래 수사를 주도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공수처는 5월 12일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추가로 인지하고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공수처에 수사 의뢰를 한 사실은 없고) 수사 참고자료를 제공한 사실은 있다”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감사원이 수사의뢰를 했다면 수사의뢰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을 텐데 아니지 않나”라며 “감사원이 수사 의뢰를 한 게 아니고 수사를 하든지 말든지 공수처가 알아서 판단해 처리하라는 취지로 참고삼아 코멘트한 것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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