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G

금호석화서 퇴진한 박찬구…장남 영업본부장 앉혀 경영권 강화

중앙일보 2021.06.17 16:0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 금호석유화학]

 
올해 초 삼촌·조카 간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었던 금호석유화학이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3세 경영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찬구(73)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장남 박준경(43) 전무를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는 영업본부장으로 임명해 경영권 승계 기반을 구축했다. 
 
17일 금호석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4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박찬구·백종훈 각자 대표이사에서 백종훈 단일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임시 주총에서는 고영훈 중앙연구소장(부사장)과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고영도 관리본부장(전무)이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금호석화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당시 영업본부장이었던 백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금호석화는 영업·연구개발·재무 분야 전문가로 이사진을 구성하게 됐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 회장은 공식적으로 등기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며 “미등기 임원으로서 회사에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 이사회를 통해 어떤 형식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표 사퇴 배경은 ‘조카의 난’ 

지난 3월 퇴임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뉴스1]

지난 3월 퇴임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뉴스1]

 
박 회장이 대표직을 자진 사임한 배경에는 ‘조카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 회장 측은 지난 3월 주총에서 배당금, 사내·외 이사 선임 문제 등을 두고 박 전 상무와 충돌했다. 박 회장 측 지분율은 14%였고, 박 전 상무는 지분 10%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였다. 양측은 주주와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치열한 여론전을 펼쳤고 박 회장은 지분 8%를 가진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주총 이후 회사 측은 박 전 상무를 계약 해지 형태로 퇴임시켰다. 
 
박 회장은 당시 박 전 상무와의 표 대결을 앞두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박 전 상무를 지지했던 주주들 사이에서는 “박 회장의 연봉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박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며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게 됐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도 박 회장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금호석화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한 1조8545억원, 영업이익은 360% 늘어난 6125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7422억원)의 82%를 1분기에 올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경영 능력을 숫자로 보여준 지금이 2선으로 퇴진하는 최적의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훗날 벌어질 수 있는 회사 위기 상황에서 ‘구원 투수’로 재등판할 여지도 남겼다.
 

경영 승계 작업도 속도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전무. [사진 금호석유화학]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전무. [사진 금호석유화학]

 
박 회장은 퇴진했지만 3세 경영을 위한 발판도 구축했다. 금호석화에 따르면 수지영업을 담당하던 박준경 전무는 지난 4월 영업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 전무는 수지영업과 고무영업을 두루 경험한 경력을 인정받았다”며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백종훈 부사장이 대표직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빈 자리를 채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승진으로 박 전무는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을 맡아 경영능력을 공식적으로 검증 받게 됐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 전무는 지난해 7월 인사에서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보다 먼저 전무직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당시 인사가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내면서 동일인(총수)인 박 회장의 처남 회사를 누락한 혐의로 지난 3~4일 서울 중구 금호석화 본사를 현장조사했다. 2016∼2020년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박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금호석화는 금호아시아나로부터 계열 분리돼 2016년 대기업집단으로 별도 지정됐다.
 
금호석화는 박 회장의 처남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을 누락하다 올해 처음 계열사로 올렸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을 넘긴 기업집단에 대해 매년 동일인을 기준으로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다. 금호석유화학은 두 회사를 계열사에서 분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자료 누락은 고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