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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강의 기적' 영웅 조종사, 정치권 마다하고 국제기구 행

중앙일보 2021.06.17 15:58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유명한 체슬리 설렌버거가 국제민간항공기구 이사회 미국 대표로 발탁됐다. AP=연합뉴스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유명한 체슬리 설렌버거가 국제민간항공기구 이사회 미국 대표로 발탁됐다. AP=연합뉴스

 
2009년 1월 15일, 승객 150명을 태운 미국 US에어웨이즈 소속 여객기 1549편이 뉴욕주 라과디아 공항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향하고 있었다. 순항하던 비행기는 거위 떼와 충돌하면서 엔진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기체 곳곳에선 검은 연기와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당시 조종사였던 체슬리 B 설렌버거(70)는 허드슨 강에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불시착으로 인한 추가 인명 피해를 내지 않으면서, 승객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최대한 강과 평행을 이룬 상태로 미끄러지듯이 착륙해야 동체가 뒤집어지거나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끝까지 집중한 그는 자신과 승무원을 포함한 155명 전원의 목숨을 살렸다.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포스터. 동체 착륙에 성공해 승무원과 승객 등 155명이 전원 살았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포스터. 동체 착륙에 성공해 승무원과 승객 등 155명이 전원 살았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유명한 실화다. 설리는 기장 설렌버거의 별칭이다. 배우 톰 행크스가 설렌버거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불시착’으로 평가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설렌버거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 미국 대표로 발탁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대사급 인사 9명 중 설렌버거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ICAO는 국제 항공의 정책과 기준을 개발하는 유엔(UN) 전문기구다. 
 
최종 임명까지는 의회 인준 등 절차가 남았지만,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외신들은 예상했다. 포브스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투표이기 때문에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미 공군 출신으로 전투기를 조종한 경험과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항공 안전 컨설팅을 담당한 경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에서 배우 톰 행크스가 설렌버거 역할을 맡았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에서 배우 톰 행크스가 설렌버거 역할을 맡았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NYT에 따르면, 미 텍사스에서 태어난 설렌버거는 어린 시절부터 비행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6세에 처음 비행을 배웠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그는 12세에 멘사에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IQ가 높았던 그는 미 공군사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공군에 입대해 F-4 전투기를 몰았다. 이후 퍼듀대에서 산업 심리학·행정학 등을 공부하고 민간 항공사 조종사로 일했다.  
 
조종간을 손에서 놓은 건 2010년, 만 30년 경력을 꽉 채우고 나서였다. 은퇴 뒤에는 항공 안전과 리더 등에 대한 연설자로 살았다. 그는 앞서 허드슨 강에서의 일을 비롯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 『하이스트듀티(Highest Duty)』 등을 펴내기도 했다. 불행한 개인사를 타인을 위한 캠페인으로도 승화했다. 1995년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자살방지 운동가로 활동하면서다. 건강이 좋지 않고 우울증을 앓았던 그의 아버지는 대수술을 받은 뒤 퇴원했으나 우울감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어떤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영웅으로 존경받는 그를 정치권에서 가만둘 리가 없다. 정치권의 러브콜을 그는 단호히 거절해왔다. 본인의 정계진출엔 선을 그었지만 후보 지지에 대한 목소리는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평생을 공화당 지지자로 살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9년 민주당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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