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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수사하냐" 항의에···'윤석열 X파일' 수사관 교체 수모

중앙일보 2021.06.16 15:45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처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수사관이 ‘별건수사’ 항의를 받고 전격 교체되는 일이 빚어진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수사가 뚜렷한 결론은 내놓지 못한 채 잡음만 내고 있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여권이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위협한 ‘X파일’을 두고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별건 수사' 항의 받고 담당 수사관 교체하기도

이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A씨가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수사팀을 향해 “사실상 별건 수사가 아니냐”고 강력히 항의를 했다고 한다. 담당 수사관이 자신에게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전혀 무관한 처가의 사업과 관련한 별건으로 압박 질문을 거듭했다는 취지다. A씨의 항의 끝에 해당 수사관은 다른 수사관으로 전격 교체됐다고 한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사건이 안 되는 걸로 무리하게 끌다 보니 잡음이 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핵심 관계인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지난해 10월 본지 인터뷰에서 “2013년 말 금융감독원에서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그때 이미 한국거래소를 통해 금감원 심리를 받았고, 그 결과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독]도이치모터스 회장 ”尹처가 의혹, 금감원 무혐의 통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의 골자는 권 회장이 2010~2011년 주식 시장에서 소위 '선수'로 활동하던 이모씨와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시세조종했고, 여기에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전주(錢主)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여기에 윤 총장 장모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주가조작 의혹의 근거는 경찰의 내사보고서뿐이다. 경찰은 수사에 들어가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장모 최 씨에 대한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장모 최 씨에 대한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에 “윤석열 아내 회사 관련 자료 다 내놔라”

수사팀이 최근 윤 전 총장 부인 김씨의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에 협찬한 한 대기업에 내부 메신저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도 논란거리다. 수사팀이 정용환 반부패2부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코바나와 거래한 자료나 보고서, 메신저 내용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인 김씨 관련 코바나컨텐츠 의혹은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전시회의 대기업 협찬사가 2019년 6월 4곳에서 검찰총장 지명 이후 16곳으로 늘어나 수사 편의 등 청탁용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이 지난해 9월 윤 전 총장과 부인 김씨를 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팀은 앞서 지난해 11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전시회에 협찬한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통기각’한 바 있다. 법원이 영장 일부에 대한 부분기각이 아니라 ‘통기각’한데다 당시 기각 사유로 '확보해야 할 주요 증거들이 임의 제출받아도 되는 내용이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 법익(法益) 침해가 중대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부인 김건희 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부인 김건희 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떠났는데…후임 김오수 총장도 '지휘배제 아이러니'

윤 전 총장 처가 관련 수사는 지난해 9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의 고발, 10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본격화됐다.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전 총장 사건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며 대대적 공세를 예고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한다”고 명령했다.  
 
당시 수사지휘 취지는 “윤 총장은 손 떼라”는 것이었지만, 지휘서에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이라고 명기한 탓에 윤 전 총장과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각각 김오수 검찰총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교체된 지금도 여전히 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지검은 이날 “현재 관련 사건들(도이치모터스 의혹사건‧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사건‧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의혹사건)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위 사건들은 작년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검찰총장 지휘가 여전히 배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입장”이라며 “(여권의) 공세가 오더라도 본인이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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