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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 구청직원 1년째 출근 못하고 강등될 판

중앙일보 2021.06.16 00:02 18면
부산시의 한 구청 공무원 A씨가 지난해 7월 직장 동료 3명에게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구청 감사실에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감봉 징계받은 가해자와 같은 부서
근무지 바꿔달라니 “7→8급 가라”

A씨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지난해 성추행을 당했고, 직장 내 온갖 회유로 1년간 복직조차 못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원 글에 따르면 A씨는 성희롱을 당한 직후 직장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계속 볼 사이니 좋게 풀어라” “소문들이 너를 괴롭힐 거다” 등의 말로 회유적인 답변만 들었어야 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해 7월 감사실에 신고했지만, 정식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 불안증세가 심해진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재진정했고, 그때야 감사실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감사실이 실명으로 진정서를 접수하고,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내부 게시판에 그대로 올리면서 A씨는 2차 피해를 보아야 했다. 감사실 조사 결과 지난해 9월 가해자 3명은 감봉 등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1년이 다 된 지금까지 A씨는 일터로 복직하지 못했다. 가해자가 같은 부서에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근무지 변경 신청을 하자, 7급에서 8급으로 강등하면 타 구청으로 갈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근무지 변경이 가능한 구청을 스스로 알아보라는 말에 또 한 번 좌절했다”며 “가해자가 받은 징계보다 피해자가 ‘강등’이라는 더 피해를 보는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이에 구청 측은 “다른 곳에 같은 직군 자리가 없어서 그렇게 추천했다”며 “A씨에 대한 피해자 보호 대책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고혜경 부산시성희롱성폭행근절추진단장은 “성희롱 사건 발생시 시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성희롱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조례’가 올해 1월 시행돼 지난해 7월 발생한 사건을 시에서 알 수 없었다”며 “현재 시의 중재하에 피해자가 다른 구청으로 전출할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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