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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연 中우한연구소 책임자 "유출은 사실무근…없는 증거 어찌 대나"

중앙일보 2021.06.15 14:35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신종 전염병 연구팀을 이끄는 스정리(石正丽·55) 박사가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서방은 근거도 없이 과학자에게 오물을 쏟아붓는다”는 비난과 함께다. 코로나바이러스 권위자인 스 박사는 코로나19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 사이에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사스 기원 밝힌 중국 스정리 박사
NYT와 이례적 인터뷰서 '유출설' 일축

현지시간(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정리 박사는 ″서방이 무고한 과학자에 오명을 씌고 있다. 잘못한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뉴스1

현지시간(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정리 박사는 ″서방이 무고한 과학자에 오명을 씌고 있다. 잘못한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뉴스1

1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스 박사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이례적으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연구소의 바이러스 유출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스 박사는 NYT에 “우리 연구소는 유전자 억제 조작을 통해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강화하는 연구를 하거나, 협조한 적이 없다”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우한연구소 유출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서방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우한연구소 유출설을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출설에 불을 붙인 지난달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했다. 앞서 WSJ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전 우한 연구소 직원 3명이 코로나19 감염과 비슷한 증세를 보였으며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아팠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 박사는 “우한연구소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다. 어떤 연구원들이 아팠는지 이름을 알려 달라”며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우한연구소에 보관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샘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96%가량 동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유전적으로 큰 차이”라는 것이 스 박사의 입장이다. 이어 그는 자신의 연구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이종 감염을 일으키는지 연구하기 위한 것일 뿐 바이러스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기능 획득’ 실험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12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진들이 맨손으로 박쥐 배설물을 채취하는 모습이 중국 CCTV에 방영됐다. [유튜브 캡처]

지난 2017년 12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진들이 맨손으로 박쥐 배설물을 채취하는 모습이 중국 CCTV에 방영됐다. [유튜브 캡처]

NYT는 “전화 통화 도중 그는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며 “스 박사는 도대체(How on earth) 없는 증거를 어떻게 대란 말인가. 서방은 무고한 과학자에게 끊임없이 오물을 쏟아붓고 있다고 강하게 항변했다”고 전했다.  
 
스 박사는 지난 2017년 기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등을 혼합해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구팀이 박쥐 동굴에서 수집했던 코로나바이러스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며칠간 잠을 못 잤는데,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단이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를 방문한 가운데 보안요원들이 연구소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단이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를 방문한 가운데 보안요원들이 연구소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 박사는 지난 17년간 중국 남부의 윈난, 광시성의 박쥐 굴을 탐구하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구해왔다. 지난 2002년 발병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것을 밝혀낸 것도 스 박사다. 이 덕분에 ‘중국 과학 진보의 상징’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2019년엔 미생물학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미생물학 아카데미에서 선출된 109명의 과학자 명단에도 꼽히는 등 국제적인 명성도 얻었다. 미생물학 세계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로버트 갈로 미국 메릴랜드대 인간바이러스학연구소(IHV)의 소장은 스 박사를 “엄격한 직업윤리를 가진 뛰어난 과학자”로 평가했다.
 
현재까지 실험실 유출설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상당수 과학자는 철저한 조사 없이 이러한 가설이 너무 성급하게 폐기됐다고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당국의 불투명성, 부실한 현지 조사 결과가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중국 정부의 습관적인 정보 감추기도 스 박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기 힘들게 한다”고 논평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정보기관들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자 추가 조사를 통해 90일 이내에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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