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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킬레스건’ 반도체 전쟁 2라운드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1.06.15 13:00
중국 당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2라운드 공세를 본격화했다. 글로벌 반도체 칩 품귀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관련 대중국 견제법을 통과시키며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사진 dy.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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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 품귀 지속, 중국 반도체 기금 2기 본격 투자 시작
미국 제재 속 중국은 3세대 반도체 및 핵심 인재 확보에 사활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169개 업종이 반도체 칩 부족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철강·콘크리트 생산부터 에어컨 제조, 나아가 비누 생산에까지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영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반도체 품귀로 인한 차량 생산 차질이 2021년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며, 내년(2022년) 2분기까지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궈위안 증권(国元证券)도 “코로나19, 사재기, 기타 외부 요인 등으로 인해 1년 간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 xinhua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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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 속, 글로벌 반도체 각축전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미중 기술 전쟁에서 중국의 아킬레스 건으로 여겨지는 분야다. 바이든 정부가 첨단 반도체 기술을 원천 봉쇄한 데 이어 생산까지 국내로 돌리기 위한 보조금 정책을 취함에 따라,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우선 중국의 정부 주도 반도체 육성 펀드인 ‘반도체 기금 2기’가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반도체 기금 2기는 1기(23조 원)보다 규모가 600억 위안 넘게 불어난 2041억 위안(3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cngold.com.cn]

[사진 cngold.com.cn]

 
지난 6월 7일, 화룬웨이(華潤微 CR마이크로)는 자사 계열사가 반도체 기금 2기 및 충칭시융마이크로전자산업구개발유한공사(重庆西永微电子产业园区开发有限公司)와 함께 룬시(润西) 마이크로전자유한공사를 설립, 75억 5000만 위안(1조 3167억 원)을 투자해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 라인 구축이 완료되면 월간 3만 개의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유수의 기업들도 반도체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진 sohu.com]

[사진 sohu.com]

 
중국 내 반도체 열풍에는 반도체 가격 인상이라는 배경도 있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근 안스(安世)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원자재 부족과 비용 상승을 근거로 제품 가격을 각각 5-3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반도체 판매 수치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중국 59억 달러(약 6조 5500억 원)의 판매액을 달성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 A주 반도체 종목의 주가도 반등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3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3세대 반도체는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에 기반한 반도체다. 아직 1인자가 없는 차세대 반도체에서만큼은 중국이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최대 정치회사인 양회에서 3세대 반도체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제14차 5개년 계획에 포함시켜, 해당 분야 선두 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3세대 반도체: 탄화규소, 질화갈륨으로 만드는 차세대 반도체로서 높은 내열성과 주파수 등이 강점이다. 인공지능, 5G, 산업인터넷, 신에너지 충전기, 도시간 고속철도 등 신인프라(新基建)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기술 봉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금 투입이 능사는 아니며, 핵심 기술을 가진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 중국 기업이 파격적 우대 조건을 제시하며 해외 반도체 엘리트 영입에 공을 들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진 meikewang]

[사진 meikewang]

 
최근 중국은 기존 13개 학과에 '교차학과(交叉学科)'를 신설, 집적회로(반도체)과학 및 공학을 1급 학과로 지정했다. 이전까지 중국에서 반도체는 전자과학 및 기술 아래에 속한 2급학과였던 것을 고려할 때, 해당 학과를 독립시켜 1급 학과로 만든 이번 조치는 중국이 반도체 인재 육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한편, 미국 상원은 6월 8일(현지시간) 1900억 달러(약  210조 원)를 반도체, 인공지능 등 핵심 산업의 육성에 투자하는 미국 혁신 경쟁법(the 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 가운데 반도체에 집중적으로 집행될 금액이 60조 원에 달하며, 자동차 부품용 반도체 부문에만 2조 2000억 원이 투입된다.  해당 법안은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중 기술 전쟁의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중국 견제법’이라 불린다.  
 
의석 분포로 볼 때 민주당과 공화당이 팽팽한 대립 구도를 이루는 미국 상원에서 ‘대중국 견제법’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 등 외신은 중국 견제에 대한 초당적 위기의식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곧장 반격에 나섰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보복할 수 있는 반외국 제재법을 즉각 발동한 것. 중국을 제재하는 조치에 참여한 외국의 개인 및 조직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어 지난 주말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귀환'을 선언하며 중국의 인권 문제와 투명성을 지적했다.  
 
글로벌 밸류 체인과 정치·외교 판도를 주도하는 미중이 서로 맞불을 놓으며 그 사이에 낀 국가와 기업들은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기술 봉쇄와 자국 생산화로 중국을 몰아붙이는 미국, 대규모 시장과 자금력, 차세대 기술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 지키려는 자와 뛰어넘으려는 자의 2라운드 전쟁이 시작됐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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