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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 그림 1000점 기증···통큰 언니들 옷 죄다 어두운 까닭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2021.06.15 06:00
사람보다 그림을 돋보이게 하려는 그들의 마음처럼 사람은 흑백으로 그림은 컬러로 표현했습니다. 왼쪽부터 신정민 작가 작품을 든 임지영 씨, 구채연 작가 작품을 든 김명자 유은희 차성혁 씨.

사람보다 그림을 돋보이게 하려는 그들의 마음처럼 사람은 흑백으로 그림은 컬러로 표현했습니다. 왼쪽부터 신정민 작가 작품을 든 임지영 씨, 구채연 작가 작품을 든 김명자 유은희 차성혁 씨.

 

혹시 예술 봉사라고 들어보셨나요?

배식 봉사, 목욕 봉사 등 여러 봉사가 있지만,
저희 넷은 문화와 예술로 봉사하는 서초문화네트워크 소속입니다.
이를테면 전국 보육원에 그림을 기증하는
봉사단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2016년부터입니다.
우연히 들렀던 보육원에
제대로 된 그림 한 점조차 걸려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예술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육원에 그림을 걸려면 우선 답사를 해야 합니다.
그림 걸릴 자리를 보고, 
어떤 그림이 어울릴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그림을 모아야 합니다.  
각자 소장한 그림은 물론이고,  
주변을 탈탈 털기도 해야 합니다.
저희 뜻을 헤아리는 화가에게서 기증받기도 하고요.
 
그다음엔 모은 그림들을 흠집나지 않게 포장해서  
차에 차곡차곡 싣습니다.
실을 자리가 모자랄 땐 저희가 그림을 껴안고 갑니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요.
 
보육원에 도착하여 그림을 벽에 거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 여섯 시간 걸리기 일쑤입니다.
모두 나이가 있는 터라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넷이 함께라서 가능했답니다.
 
그간 우리 단체가 55군데 보육원에 평균 30점이 넘게 기증했습니다.  
게 중 저희 손을 거친 건 30여 군데 1000여점이고요.
전국 280여개 보육원 중에 모두 55군데나 했으니 “와우!☺”죠.
그런데 아직 그림을 걸어야 할 보육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우리는 늘 주장합니다. 예술도 복지입니다!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는 것만 복지는 아니라고요.
 
보육원에 그림을 걸면 기저귀 찬 애들부터 그림을 보게 됩니다.
교과서에서만 봤던 그림을 실물로 처음 보게 되는 꼬맹이도 있고요.
어떤 고등학생 친구가 말하더라고요.
“9년 동안 ‘단백질 몇 %’라 적힌 안내판이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걸 뗀 자리에 걸린 그림을 보게 되니 너무 좋아요.”
 
한국문화복지협의회의 문화 촉매자 교육으로 한 팀이 된 우리는
7년째 마음을 한데 모으고 있어요.
김명자 회장, 유은희 전시팀장, 차성혁 간사,  
그리고 사무총장인 저 임지영까지 넷인데요.
함께 하니 드림팀이 탄생했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예술 감성 함양을 위해 한 달 한 번 전시회 탐방도 진행하고,  
세미나도 열고, 지역 문화 축제도 주관했지만,
지금은 문화 촉매자 교육만 주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아무래도 지원이 부족해서
보육원 그림 기증을 연 4차례만 계획해 두었습니다.
코로나가 예술 봉사에도 영향을 미치네요.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 언제든 환영합니다.  
 
나이 든 여자들이 이렇게 멋있는데도 
‘인생 사진’을 안 찍어 주시진 않겠죠?
윤여정 배우만 멋있는 건 아니랍니다. 하하
임지영 드림

 
평균 30점 이상씩 55군데 보육원에 기증했지만, 아직 기증을 해야할 보육원이 더 많다는 그들, 먹이고 재우는 것만 복지가 아니라 예술도 복지라고 주장합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지영 유은희 김명자 차성혁) 김경록 기자

평균 30점 이상씩 55군데 보육원에 기증했지만, 아직 기증을 해야할 보육원이 더 많다는 그들, 먹이고 재우는 것만 복지가 아니라 예술도 복지라고 주장합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지영 유은희 김명자 차성혁) 김경록 기자

 

사연을 본 후, 

보육원에서 사진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내 제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출입이 불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전시회 탐방차 모이는 날,  
갤러리에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넷 다 어두운 옷을 입고 왔습니다.
일부러 미리 복장을 맞춘 것도 아니라 했습니다.
 
그때 김명자 회장이 말했습니다.
“옷을 화려하게 입으면 그림이 돋보이질 않잖아요.”
그랬습니다.
그림을 돋보이게 하려는 맘이 그들의 옷차림에도 밴 겁니다.
 
사실 봉사란 게 후원이 넉넉지 않으면 쉬운 일이 아니니  
다짜고짜 봉사 비용을 어찌 조달하는지 물었습니다.
 
“처음엔 돈이 넉넉지 않으니 액자를 저희가 만들었습니다.
이케아에서 빈 액자를 사서 직접 표구해서 만들었습니다.
손을 베어 피를 뚝뚝 흘리면서 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재밌게 했습니다.
그림을 걸면 기저귀 찬 애들도 보니까요.
 
우리가 가서 얻는 게 더 많아요.
그림에 눈을 뜨고,
그 그림으로 사회봉사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몇 년 저희끼리 하다가
그나마 1년 전부터 사회복지 기금을 받아
좀 보탬이 되긴 했어요.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더 많이 봉사하고 싶어요.”
 
사진을 찍으며 그림을 머리에 이게끔 했습니다.
사람보다 그림이 더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더욱이 그림은 컬러로 사람은 흑백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모두 어두운 옷차림으로 온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 겁니다.
 
그랬는데도 사진에서 그들이 감춰지지 않습니다.
그림을 돋보이게 하려는 그들의 마음이 감춰지지 않듯이요.
 
권혁재·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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